드디어, 결심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보리굴비’를 먹으러 가기로! 혼자 떠나는 미식 여행, 오늘은 용인 수지에 숨겨진 한정식 맛집 ‘산뜨락’이다. 광교산 자락 아래 위치해 있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공기 좋은 곳에서 힐링하며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샘솟는다. 혼밥 레벨이 점점 올라가는 요즘, 이 정도는 거뜬하다. 혼자라도 맛있는 건 포기 못해!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을 듯싶다. 슬슬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파트 단지에서 점점 푸른 산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드디어 ‘산뜨락’ 도착! 넓찍한 주차장이 마음에 든다.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겠어. 혼자 왔지만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직원분의 친절한 인사에 기분 좋게 입장.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꽤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은 나뿐인가?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1인 손님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서 혼자 조용히 식사하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보리굴비 정식(42,000원)과 산뜨락 정식(25,000원) 사이에서 갈등! 오늘은 왠지 제대로 된 밥상을 받고 싶은 날이니, 큰맘 먹고 보리굴비 정식으로 결정했다. 혼자 먹기에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시원한 물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물통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나무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테이블에 앉아, 곧 나올 음식들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리굴비 정식이 등장했다. 와, 정말 푸짐하다!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다양한 반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샐러드, 두부, 회, 가지 된장조림, 보쌈, 열무 물김치, 코다리조림, 고등어김치찜…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들이다. 쟁반 가득 차려진 한 상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혼자 이 많은 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과 함께 젓가락을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보리굴비’! 윤기가 좔좔 흐르는 큼지막한 보리굴비 한 마리가 떡 하니 놓여있다. 먹기 좋게 손질되어 나온 덕분에 가시 걱정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 따뜻한 밥 위에 올려 한 입 크게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꼬득꼬득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 맛이야!
보리굴비 특유의 쿰쿰한 향과 짭짤한 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괜히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구나.
보리굴비만 먹다 보면 살짝 짤 수도 있는데, 이때 시원한 녹차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합이다.

얼음 동동 띄워진 녹차에 밥을 말아서, 그 위에 보리굴비 한 점 올려 먹으니… 크, 이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쌉싸름한 녹차의 향긋함이 보리굴비의 짭짤함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준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랄까.
보리굴비 외에도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훌륭했다. 특히 옛날 된장으로 끓인 듯한 깊은 맛이 느껴지는 된장찌개가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과 똑같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어 씹는 재미도 있었다. 된장찌개 한 입, 밥 한 입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김치로 삼삼하게 간을 한 청포묵무침도 슴슴하니 맛있었다. 톡톡 터지는 묵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훌륭하다. 간이 세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콩자반, 묵은지무침, 고추튀각 등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마치 엄마가 차려준 밥상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정갈한 한정식집답게 밥도 그냥 흰쌀밥이 아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솥밥이 나왔는데,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 찰지고 맛있었다. 밥만 먹어도 꿀맛!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따뜻한 물도 함께 준비해 주는 센스!

후식으로는 시원한 식혜가 나왔다.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식혜 한 잔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봤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빛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마치 숲속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니,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산뜨락’은 30년 경력의 요리 연구가 안정원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어쩐지, 음식 하나하나에 깊은 내공이 느껴지더라니. 강원도 홍천군 내촌에 둔 저장시설에서 직접 담가 온 간장과 된장을 사용하고, 강원도 오색에서 실어 온 약수로 밥을 짓는다고 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든 음식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식당 바깥에 토끼들이 뛰어놀고 있는 작은 정원이 눈에 띄었다. 토끼들이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다. 따뜻한 날씨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차를 마셔도 좋을 듯하다.
‘산뜨락’에서의 혼밥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혼자 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혼밥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용인 수지 ‘산뜨락’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보리굴비 정식은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