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함양으로 향했다. 목적은 단 하나, ‘예다믄’이라는 한정식집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것이었다. 미리 검색해 본 바에 따르면, 이곳은 함양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으로, 전통 사대부 종가집의 음식 스타일을 계승하여 정갈하고 품격 있는 한 상을 제공한다고 했다. 기대감을 안고 차를 몰아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은 점점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예다믄’의 모습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짙은 갈색 목재로 지어진 2층 건물은, 기와지붕과 나무 기둥이 어우러져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건물 전면에는 ‘예다믄’이라는 세련된 글씨체의 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간판 위쪽으로는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은은한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마치 나를 맞이하는 듯 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벽에는 전통적인 문양의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조선 시대 양반가의 사랑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랄까. 나는 미리 예약해 둔 덕분에, 창가 쪽의 조용한 자리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보았다. 메뉴는 크게 정식과 단품 요리로 나뉘어져 있었다. 정식은 예다믄 정식, 싱기장 불고기 정식, 소고기찜 한상 이렇게 세 종류가 있었고, 단품 요리로는 소고기 육회, 전복, 오리훈제, 소고기찜 등이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싱기장 불고기 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가격은 1인당 20,000원이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숭늉이 나왔다. 나는 숭늉을 홀짝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님들은 대부분 중년 이상의 분들이었고,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이 왜 손님 모시고 오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났는지 알 것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싱기장 불고기 정식이 차려졌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한 상 차림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싱기장 불고기를 중심으로, 잡채, 시래기국, 샐러드, 김치, 나물 등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색색깔깔의 음식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았다.
가장 먼저 싱기장 불고기부터 맛을 보았다. 불고기는 얇게 썬 소고기를 양념에 재워 볶은 요리인데, 이곳에서는 싱기장이라는 특별한 소스를 사용하여 맛을 냈다고 한다. 불고기를 한 입 먹어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싱기장 소스의 깊은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특히 불고기 위에 올려진 잣이 고소한 맛을 더해줘, 씹는 재미까지 있었다.
다음으로는 잡채를 맛보았다. 잡채는 당면과 채소를 볶아 만든 한국 전통 음식인데, 이곳의 잡채는 유난히 색감이 화려했다. 당면은 쫄깃쫄깃했고, 채소는 신선했으며, 간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딱 적당했다. 특히 잡채에 들어간 버섯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시래기국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래기국은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넣어 끓인 국인데, 이곳의 시래기국은 국물이 뽀얗고 깊은 맛이 났다. 시래기는 부드럽게 씹혔고,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했다. 특히 시래기국에 들어간 된장의 풍미가 깊어, 더욱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맛을 보았다.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고, 김치는 아삭아삭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나물은 간이 세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깻잎 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밥도둑이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만들어진 것이 없는,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들이었다.
반찬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육회였다. 선홍색 빛깔의 육회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고, 얇게 채 썬 배와 함께 접시에 담겨 나왔다. 육회를 한 입 먹어보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놀라웠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고, 배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육회는 신선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인데, 이곳의 육회는 정말 신선하고 퀄리티가 높았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맛있는 음식들을 음미했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깊은 풍미에 감탄하며,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맛을 보았다. 반찬들은 짜지 않고 삼삼한 편이어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나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반찬들을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 부부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사장님은 늘 미소를 잃지 않으셨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반찬이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주셨고, 따뜻한 물수건도 수시로 갈아주셨다. 마치 친척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맛과 멋’이라는 상호로 운영했을 때부터, 이곳을 꾸준히 찾는 단골 손님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실감났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니, 마치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된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게를 나섰다.
‘예다믄’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한국 전통 음식의 깊은 풍미와 정갈함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함양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어른들을 모시고 가거나, 중요한 손님을 대접해야 할 때, 이곳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나는 다음에도 꼭 다시 방문하여, 이번에 맛보지 못했던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그때는 소고기찜 한상을 먹어봐야겠다.
함양에서 맛본 종가집 전통의 풍미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밸런스 잘 잡힌 반찬들과 정갈한 상차림은, 음식 그 이상의 여운을 남겼다. 함양 지역명에서 만난 최고의 맛집, 예다믄은 분명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