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전라남도 강진으로 향했다. 푸르른 자연과 유서 깊은 사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특히 강진은 예로부터 ‘황칠’이라는 귀한 약재로 유명한데, 이 황칠을 이용한 특별한 갈비탕을 맛볼 수 있다는 정보에 이끌려 ‘목삼정’이라는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혼밥러에게 갈비탕은 왠지 모르게 허들이 높은 메뉴지만, 꿋꿋하게 도전!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출발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이 점점 한적해졌다. 드넓은 주차장이 나타났는데, 예상대로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식당이었다. 어릴 적 다니던 학교와 비슷한 모습에 괜스레 향수에 젖었다. 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은 넓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지만, 낡은 건물 외관은 그대로 남아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폐교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넓은 주차장을 보니 마음까지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학교 복도였을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듯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혼자 온 나도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혼밥 레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테이블 간 간격이나 분위기를 신경 쓰는 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목삼정은 혼자 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였다. 군데군데 놓인 화분들이 정겹고, 은은한 조명이 아늑함을 더했다.
자리에 앉자 직원분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역시 메인 메뉴는 황칠갈비탕인 듯했다. 황칠갈낙탕, 황칠백숙 등 황칠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처음 왔으니 대표 메뉴인 황칠갈비탕을 주문했다. 가격은 1인분에 15,000원. 살짝 가격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황칠이라는 귀한 재료가 들어갔다고 하니 기대감이 높아졌다. 게다가 폐교를 리모델링한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가격에 포함된 가치라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칠갈비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갈비탕의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큼지막한 갈빗대가 두 개나 들어있었고, 송송 썰어 넣은 파가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국물은 맑고 투명했는데, 황칠 특유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눈앞에 놓인 갈비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밑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상추 겉절이가 나왔다. 소박하지만 갈비탕과 잘 어울리는 구성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배추김치는 젓갈 향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상추 겉절이는 신선한 상추와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본격적으로 갈비탕을 맛볼 차례.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와, 정말 깔끔하고 시원한 맛! 황칠 특유의 은은한 향이 더해져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푹 고아낸 사골 육수처럼 진하면서도 맑은 느낌이랄까.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국물이었다.
다음은 갈빗대를 공략할 차례. 큼지막한 갈빗대에 붙은 살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살살 긁으니, 부드럽게 살이 발라졌다. 한 입 크기로 찢어서 국물에 적셔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고기는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특히 황칠이 들어가서 그런지, 고기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큼지막한 갈빗대에 붙은 살들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갈비탕의 풍미를 더욱 살려줬다. 김치도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정말 맛있어서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혼자 여행하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겠지.
갈비탕을 다 먹고 나니,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황칠의 효능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도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한쪽에는 황칠 진액과 숙취해소제 등 황칠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부모님 선물로 황칠 진액을 하나 사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목삼정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다산초당과 백련사 등 강진의 유명 관광지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배도 부르니, 잠시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푸르른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하니 정말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강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삼정은 혼밥족에게도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넓은 공간 덕분에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갈비탕이라는 메뉴 자체가 든든해서 혼자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특히 폐교를 개조한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강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맛있는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갈비살 메뉴에 비계가 많았다는 후기도 있었고, 냉면은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점은 혼자 온 나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식기류 관리가 조금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갈비탕 자체의 맛은 훌륭했고,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단점들을 상쇄시켜줬다.
나오는 길에 넓은 주차장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낡은 학교 건물.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듯하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는 묘한 성취감도 느껴졌다. 강진에서의 혼밥은 성공적이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렌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푸른 논밭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 그리고 그 위를 덮은 뭉게구름. 강진의 아름다운 자연은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줬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강진 여행이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황칠백숙에 도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