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산 하면 당연히 해운대, 광안리 바다 아니겠어? 싶겠지만, 이번 여행의 테마는 ‘힙’이 아니라 ‘전통’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동래! 그중에서도 백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래할매파전이었다. 부산 지역 사람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기대감이 컸다.
택시에서 내리니 오래된 골목길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낡은 간판들이 켜진 가게들 사이로, 웅장한 기와지붕을 얹은 ‘동래할매파전’이 눈에 띄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 입구에는 커다란 장독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탐스럽게 익은 커다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전통적인 분위기,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고풍스러운 한옥 내부가 펼쳐졌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격자무늬 창문까지 완벽한 조화였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손님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2층 룸에 자리가 있어서 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룸이었는데, 우리끼리 오붓하게 즐기기에 딱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격조 있는 모임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
메뉴판을 보니 파전 종류도 다양하고, 묵무침, 고동찜, 비빔밥 등 다른 메뉴들도 많았다. 우리는 당연히 동래파전(대)를 시키고, 더덕구이와 동래고동찜, 그리고 금정산성 막걸리까지 주문했다. 역시 파전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가격은 좀 있는 편이었지만, 맛만 있다면야 뭔들 아깝겠어.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래파전이 나왔다. 커다란 놋그릇에 담겨 나온 파전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넉넉하게 올라간 계란과 쪽파, 그리고 각종 해산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겉은 살짝 노릇노릇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게 딱 내 스타일이었다.
젓가락으로 파전을 찢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파 향이 정말 좋았다. 흔히 먹던 바삭한 파전과는 달리,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이했다. 찹쌀가루를 사용해서 그런지 쫀득한 느낌도 들었다. 양파와 파는 아삭아삭 씹히고, 해산물은 쫄깃쫄깃해서 식감이 정말 다채로웠다. 특히 작은 바지락은 해감이 잘 되어있어서, 흙 씹히는 느낌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같이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도토리묵 위에 들깨소스를 듬뿍 뿌려져 나왔는데,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백김치는 아삭하고 시원해서, 파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김치도 깔끔하고 시원해서, 입가심하기에 딱 좋았다.

더덕구이는 향긋한 더덕 향이 코를 자극했다. 양념이 과하지 않아서 더덕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살짝 덜 익혀서 나온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오히려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좋았다. 동래고동찜은 쫄깃쫄깃한 고동과 매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막걸리 안주로 완전 최고!
금정산성 막걸리는 탄산이 적고 부드러워서, 파전이랑 정말 잘 어울렸다. 친구들과 막걸리 잔을 부딪히며, 부산 여행의 첫날밤을 자축했다. 역시 여행은 먹는 게 남는 거지!
파전을 먹다 보니, 예전에 할머니가 해주시던 파전이 생각났다. 할머니표 파전은 밀가루 반죽에 해물을 듬뿍 넣고, 기름에 지글지글 튀기듯이 구워낸 거였는데. 동래할매파전은 할머니표 파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좀 더 고급스럽고, 정갈한 느낌이랄까. 마치 궁중요리를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수정과가 나왔다. 은은한 계피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줬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카운터 옆에 쌓여있는 감들이 눈에 띄었다. 아까 입구에서 봤던 그 감들이겠지?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가격이 좀 비싸다고 생각했다. 파전 하나에 4만 원이라니!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재료도 신선하고 맛도 훌륭해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특히 동래파전 특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차장이 바로 앞에 있긴 한데, 들어오는 길이 좁아서 운전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리고 파전이 좀 눅눅한 느낌이 있어서, 바삭한 파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답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과 깊이가 느껴졌다. 특히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파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래할매파전,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한 곳이다. 흔히 먹는 파전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 오는 날, 동동주와 함께 파전을 먹으면 분위기가 끝내줄 것 같다. 부산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
아, 그리고 주차는 근처 동래구청 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 주차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여행에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동래할매파전의 파 향이 잊혀지지 않는다. 조만간 부산에 또 갈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때는 꼭 다른 메뉴들도 먹어봐야지!
총평: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파전을 즐기고 싶다면, 동래할매파전을 강력 추천한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싸고, 주차가 불편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