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잠실 근처를 배회했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식당을 찾던 중, 멀리서 빛나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함경도 찹쌀순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저 빛, 마치 밤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나를 인도하는 등대 같았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익숙한 듯 정겨운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밤색 벽돌 위로 환하게 빛나는 하얀 글씨의 간판은 한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함경도 찹쌀순대’라는 상호와 함께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활기가 넘쳤다.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순대국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뜨끈한 국물과 함께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있는 듯했다. 나 역시 그 따뜻함에 동참하고 싶어,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다양한 순대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찹쌀순대, 토종순대, 모듬순대… 고민 끝에 순대정식을 주문했다. 순대와 수육, 그리고 순대국까지 맛볼 수 있는 메뉴였다. 가격은 14,000원.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내 앞에 놓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찹쌀순대와 야들야들한 수육,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대국이 한눈에 들어왔다. 깍두기, 부추, 새우젓 등 순대국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들도 함께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들은 깔끔함을 더했다.
먼저 찹쌀순대부터 맛보았다. 쫄깃한 찹쌀피 안에 가득 찬 속은 돼지 특유의 잡내 없이 고소하고 담백했다. 특히, 순대피의 쫄깃함과 속의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어서 수육 한 점을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돼지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육질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드디어 순대국을 맛볼 차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대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 한 숟갈을 떠서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는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듯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순대와 함께 푸짐하게 들어있는 돼지 내장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다.
순대국 안에는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다. 후추가 톡톡 뿌려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은 간이 되어 있지 않아, 테이블 위에 놓인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었다. 새우젓을 조금 넣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밥 한 공기를 순대국에 말아서, 깍두기 하나를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은 순대국의 깊은 맛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순대국을 먹는 중간중간, 아삭한 오이무침을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순대국을 깨끗하게 비웠다. 늦은 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속도 편안하고, 기분도 좋아졌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직원분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깔끔하게 정리된 주방과 홀을 보니, 위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덕분에 더욱 안심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추가 반찬은 셀프바에서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함경도 찹쌀순대’는 늦은 밤,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곳이었다.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깊고 진한 맛의 순대국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송파에서 늦은 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함경도 찹쌀순대’를 나서며, 밤공기가 한결 상쾌하게 느껴졌다. 든든하게 채워진 배와 따뜻해진 마음 덕분일까. 발걸음도 가벼웠다. 오늘 밤, 나는 ‘함경도 찹쌀순대’에서 맛있는 순대국 한 그릇과 함께 깊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그 위로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