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김제로 향하는 길, 설렘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무장한 한정식 맛집, ‘한식찬’에서의 만찬을 상상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소박한 외관이라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아담한 규모에 살짝 놀랐다. 테이블 열 개 남짓한 공간, 마치 오랜 친구 집에 초대받은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골목길에 자리 잡은 탓에 주차 공간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다행히, 영업을 마친 앞집 카센터 사장님의 너그러운 배려 덕분에 무사히 주차할 수 있었다. 잠시 바깥에서 숨을 고르며 담배 한 대를 태우려 했지만, 재떨이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꽁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바깥의 소란스러움은 잊혔다.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상 좋으신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긴장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마침 첫 손님이라, 사진 찍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 셔터를 누르는 손길이 바빠졌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차림이 시작되었다. 쟁반이 하나, 둘, 테이블 위로 올려질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스물두 가지나 되는 다채로운 반찬들. 버섯탕수, 잡채, 닭강정, 미역냉국, 강된장, 호박잎, 계란찜, 순두부, 불맛 돼지불고기, 가자미 튀김, 갈치속젓…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들을 보니, 감탄사가 멈추질 않았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곳은 묵은 김치였다. 깊은 맛이 배어 있으면서도 깔끔하고 정갈한 맛은, 단연 오늘의 ‘발견’이었다. 아삭한 배추의 식감과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양념의 조화는, 입 안 가득 풍미를 선사했다. 요즘처럼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기에, 이런 훌륭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예전 가격인 1인분에 10,000원을 고집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에 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현재는 11,000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후덥지근한 날씨와 열대야에 지쳐 잃어버렸던 입맛이, 거짓말처럼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달지도 짜지도 맵지도 않은, 딱 집밥 같은 맛.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상차림의 면면을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순두부찌개였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부드러움과 칼칼한 국물의 조화는,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계란찜은 마치 화산처럼 봉긋 솟아오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식감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은은한 단맛은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진 돼지불고기는, 불향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돼지불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깻잎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가자미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뼈째 씹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상큼한 미역냉국은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새콤달콤한 국물은 입맛을 돋우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이 외에도 잡채, 닭강정, 강된장, 호박잎, 갈치속젓 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젓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강된장은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호박잎에 밥과 강된장을 얹어 싸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떠올랐다.
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맛에 감탄하며 식사를 즐기는 동안, 어느새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남은 반찬 하나 없이 싹싹 비운 접시들이, 맛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더 이상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께서는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냐”고 물어보셨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의 친절함과 따뜻함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한식찬’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 특별했다.
김제를 다시 찾을 이유가 생겼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식찬’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오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석양 아래 펼쳐진 김제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식찬’에서 맛보았던 음식들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묵은 김치의 깊은 맛, 돼지불고기의 불향, 가자미 튀김의 바삭함… 잊을 수 없는 맛의 향연이었다. 조만간 다시 김제를 방문하여 ‘한식찬’의 맛있는 한정식을 맛봐야겠다. 그때는 오늘 맛보지 못했던 다른 반찬들도 꼭 먹어봐야지.

‘한식찬’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많은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정성껏 만든 음식과 따뜻한 인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진정한 의미의 맛집이다. 김제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