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참말로 오랜만에 콧바람 좀 쐬러 나섰더니, 글쎄, 날씨가 심술을 부리는 거 있지.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더니, 갑자기 억수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는 거라.
에라 모르겠다, 비를 뚫고 ‘밤실마을’이라는 동네로 향했어.
20년 전에 ‘돈 좀 벌면 꼭 다시 와야지’ 다짐했던 곳인데, 이제야 발걸음을 하게 되다니, 참 세월 빠르다 싶어.
“고기 앞으로!” 궂은 날씨 탓에 기분도 꿀꿀했는데, 이럴 땐 역시 맛있는 거 먹는 게 최고잖아.
밤실마을, 이름도 참 정겹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인데, 인스타그램에도 꽤나 입소문이 났나 봐.
손님들 연령대가 4살 꼬맹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더라고.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지.

자리에 앉자마자 반찬이 착착 깔리는데, 이야, 인심 한번 후하셔라.
반찬으로 육회가 나오는 거 있지!
붉은 빛깔이 선명한 육회를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갔어.
얼른 젓가락 들어 육회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 게, 아주 기가 막히더라.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게,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맛을 확 돋우는 거 있지.
이 맛에 내가 20년을 기다렸지!
반찬으로 나온 얇게 슬라이스 된 감자는 갓 끓여낸 듯 따끈하고 포근했어.
달짝지근한 간장 베이스 국물에 퐁당 빠진 치즈떡은 또 어떻고.
쫄깃쫄깃한 떡과 짭짤한 국물의 조화가 아주 찰떡궁합이더라.
아이들도 참 좋아하겠어.
단짠단짠한 국물에 당면까지 들어있으니, 이거 완전 밥도둑이 따로 없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회비빔밥이 나왔어.
커다란 그릇에 밥, 육회,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데, 이야, 색깔 한번 곱다!
갓 지은 따끈한 밥 위에 신선한 육회가 듬뿍 올라가 있고, 그 위로 김 가루, 콩나물, 잘게 썰은 당근과 노란 단무지가 알록달록 예쁘게 놓여있어.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게,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서 크게 한 입 먹으니, 이야, 이 맛이야!

육회는 어찌나 신선한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거 같아.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정말 꿀맛이더라.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당근, 짭짤한 김 가루가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루지.
고추장의 매콤한 양념이 느끼함은 싹 잡아주고, 입맛은 더욱 돋우어 줘.
정신없이 숟가락질을 해댔어.

비빔밥을 먹는 중간중간 따뜻한 숭늉을 마시니, 이야, 속이 다 풀리는 거 같아.
숭늉의 구수한 맛이 매콤한 비빔밥과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뜨끈한 숭늉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 참 좋았어.
마치 엄마가 어릴 적에 해주시던 그 맛이랑 똑같다니까.

참, 이 집에서는 어느 메뉴를 시켜도 매운 양념 육회 덩어리가 나온다는데, 이야, 이거 완전 별미더라.
젓가락으로 콕 찍어 먹어보니, 캡사이신처럼 톡 쏘는 매운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매운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지는 게, 아주 매력적이었어.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완전 취향 저격이었지.
달달한 맛은 전혀 없고, 깔끔하게 매운 맛이라, 육회의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맛도 확 돋우어 주더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육회 자체만 놓고 보면 아주 살짝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어.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절대 아니야!
신선하고 쫄깃쫄깃한 육회의 식감은 정말 좋았지만, 간이 아주 약간 아쉬웠어.
그래도 후식으로 나온 식혜는 정말 최고였어.
시판 식혜처럼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정말 집에서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시던 딱 그 맛이더라.
어찌나 맛있던지, 광주에 사시는 우리 부모님도 두 번이나 더 드셨다니까.

생각해보니, 육회 양이 서울에서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아.
채소도 아낌없이 듬뿍 넣어주시고.
밥을 조금만 넣었는데도 배가 엄청 불렀어.
인심 좋으신 사장님 덕분에 정말 배부르게 잘 먹고 나왔지.
궂은 날씨 탓에 조금은 울적했던 기분이 맛있는 음식 덕분에 싹 풀렸어.
밤실마을에서 맛본 육회비빔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20년 전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어.
다음에 또 광주 올 일 있으면, 꼭 다시 들러서 푸짐한 인심과 따뜻한 밥상을 다시 맛봐야지.
그때는 부모님 모시고 와서 함께 맛있는 시간 보내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