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우산을 받쳐 들었지만, 스며드는 빗방울에 옷깃이 축축해졌다.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오늘은 어디서 혼밥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홍성 오일장의 짬뽕 맛집이 떠올랐다. 후기도 몇 번 봤었는데, 혼자 가도 괜찮을지, 1인분 주문은 되는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쳐보자!
홍성전통시장 입구에 우뚝 솟은 커다란 조형물이 나를 맞이했다. 옹기 모양의 조형물 위에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비가 오는 평일 낮인데도 시장 안은 활기가 넘쳤다. 우산을 접어 들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니, 튀김 냄새, 젓갈 냄새, 채소의 싱그러운 냄새가 뒤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이게 바로 시장의 매력이지.

좁은 통로를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빨간 간판이 눈에 띄었다. “명성각”. 드디어 찾았다! 간판 옆에는 각종 방송 출연을 알리는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KBS며 MBC며, 꽤나 유명한 홍성 맛집인가 보다.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가게 앞에는 커다란 메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짜장면, 짬뽕, 콩국수 등 다양한 메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적혀 있었다. 특히 짜장면 가격이 눈에 띄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3,000원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이었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 두리번거렸는데, 다행히 한쪽 벽면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혼자 밥 먹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비 오는 날에는 역시 뜨끈한 국물이 최고지! 짬뽕을 주문했다. 가격은 6,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가격표가 붙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주문을 마치자, 단무지와 김치가 담긴 작은 접시가 나왔다. 여느 중국집과 다름없는 평범한 반찬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졌다. 김치는 직접 담근 듯했는데, 적당히 익어 짬뽕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짬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홍합과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짬뽕을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와, 정말 시원하다! 돼지뼈 육수와 해산물이 어우러져 깊고 풍부한 맛을 냈다. 특히 홍합이 많이 들어 있어 국물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면발은 쫄깃쫄깃하고 탱탱했다. 국물이 잘 배어들어 면만 먹어도 맛있었다. 짬뽕에 들어간 채소들도 신선했다. 특히 양파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짬뽕 한 그릇에 다양한 재료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후루룩, 후루룩. 정신없이 짬뽕을 먹었다. 비 때문에 쌀쌀했던 몸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땀까지 송골송골 맺히니, 이제야 제대로 몸보신하는 것 같았다. 역시 비 오는 날에는 짬뽕이 최고야!

혼자 밥을 먹는 동안, 주인 내외분은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시장 상인들과 동네 주민들이 주 고객인 듯했는데, 다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주인 내외분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짬뽕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옆 테이블에서 짜장면을 시킨 손님이 있었다. 짜장면의 비주얼을 보니, 갑자기 짜장면도 먹고 싶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 소스가 정말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는 꼭 짜장면을 먹어봐야지.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훌륭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명성각은 맛도 맛이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특히 인상적인 곳이었다. 혼자 밥을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시장 인심이 느껴지는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쏙 들었다. 홍성 오일장에 들르게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명성각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다시 펼쳐 들고, 시장 구경을 계속했다. 싱싱한 해산물, 알록달록한 채소, 맛있는 냄새가 발길을 붙잡았다.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고, 사람들은 저마다 흥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 오일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따뜻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가 가득한 곳.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준 곳이다. 다음에 또 홍성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짜장면 곱빼기로 먹어야지!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