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귓가에 맴도는 동료의 한마디가 발걸음을 이끌었다. “오늘, 가자미회 어때?” 싱싱한 회 한 접시에 하루의 피로를 씻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 그 설렘을 안고 성서, 그 지역명의 어느 골목길로 향했다. 모다 아울렛 근처라는 말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숨겨진 듯 자리 잡은 그곳은, 마치 나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초대하는 듯했다.
가게 문을 열자, 홀이 아닌 룸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나타났다. 복잡한 세상과 단절된 듯 아늑한 분위기. 왁자지껄한 소음 대신, 은은한 조명 아래 편안한 대화가 오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5명의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치 오랜만에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감돌았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참가자미회’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동해안에서 직접 공수해온다는 싱싱한 가자미. 그 설명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우리는 참가자미 중 사이즈 두 개를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 자리잡은 노란가자미회 역시 쉽사리 눈길을 놓아주지 않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 위로 하나 둘 밑반찬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젓가락을 어디에 먼저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꼴뚜기 젓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멸치볶음, 신선한 해초 무침… 하나하나 맛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는 톳나물 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이 밑반찬들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참가자미회가 등장했다. 접시 위에 수북이 쌓인 가자미회의 모습은, 마치 눈꽃이 소복하게 쌓인 듯 아름다웠다. 투명한 살결은 싱싱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윤기가 흘러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곁들여 나온 와사비를 살짝 얹어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가자미 특유의 향긋함.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혀끝을 간지럽혔다. 신선함이 살아있는, 그야말로 명품의 맛이었다.
사장님의 친절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직접 동해안에서 가자미를 공수해오는 과정부터, 가자미회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비법까지,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덕분에 더욱 맛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회를 다 먹어갈 때 즈음, 가자미 구이가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가자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훌륭했다. 특히, 뼈째 씹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함께 주문했던 물회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붉은 양념장과 함께 푸짐하게 담겨 나온 물회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가자미회와 각종 채소를 함께 비벼 한 입 맛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입맛을 되살려주는, 끝내주는 맛이었다.
물회 안에는 가자미회 뿐만 아니라, 얇게 썰린 오이, 당근, 배 등 다양한 채소가 함께 들어있어 아삭아삭 씹는 재미도 있었다. 김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고, 살얼음이 동동 떠 있어 시원함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주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갈수록, 술잔도 비워져 갔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니, 시간이 멈춘 듯 행복한 순간이었다. 룸으로 분리된 공간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은은하게 퍼지는 가자미의 향긋함과, 잊을 수 없는 쫄깃한 식감은,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성서에서 맛본 동해안의 참맛, 가자미 맛집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행복을 선물하는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땐 꼭 노란가자미회를 맛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