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괴산으로 향했다. 9월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곧 다가올 추석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호국원에 도착해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과 꽃을 놓고, 잠시 묵념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성묘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 든든하게 배를 채울 만한 괴산 맛집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켰다. 여러 검색 끝에, 향토적인 분위기와 시원한 새뱅이전골로 입소문이 자자한 ‘즐거운날’이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차를 몰았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드디어 ‘즐거운날’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글씨로 정겹게 쓰여진 간판은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식당 안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져 나왔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정돈된 모습에서 깔끔함이 느껴졌다. 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새뱅이전골과 황태구이가 대표 메뉴인 듯했다. 메뉴판 옆에는 ‘토끼요리 50,000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도심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메뉴라 더욱 궁금해졌다.
자리에 앉자, 사장님으로 보이는 인자한 인상의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메뉴를 고민하고 있자, 아주머니는 “새뱅이전골이 이 집에서 제일 잘 나간다”며 추천해주셨다. 9명이 방문한 우리는 새뱅이전골 중(中)자를 두 개 시키고, 혹시 몰라 황태찜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상이 가득 찰 정도로 푸짐한 밑반찬이 차려졌다. 얼핏 세어보니 11가지나 되었다. 콩나물무침, 김치, 깻잎장아찌, 버섯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갓 부쳐낸 따끈한 지짐이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뱅이전골이 테이블에 놓였다. 냄비 안에는 민물새우인 새뱅이와 함께 애호박, 양파, 버섯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은 맑고 시원해 보였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새뱅이 특유의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니, 정말 시원하고 깔끔했다. 새뱅이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과 채소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텁텁하거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 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깔끔한 맛이었다.

새뱅이도 듬뿍 들어 있어,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왔다. 톡톡 터지는 새뱅이의 식감 또한 재미있었다. 함께 간 일행들도 모두 “정말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어르신들은 “어릴 적 시골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라며 감탄하셨다.
새뱅이전골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황태찜이 나왔다.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떼어 맛을 보니, 부드러운 황태살이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다만, 매운 맛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뱅이전골과 황태찜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정말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맛있어서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특히, 깻잎장아찌는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짜글이찌개 소(小)자를 하나 더 주문했다. 짜글이찌개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자작하게 끓인 찌개인데,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부른 탓에, 짜글이찌개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배를 비워두고 와서 짜글이찌개를 제대로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는 “괴산 옥수수를 맛보라”며 찐 옥수수를 내어주셨다.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옥수수는 정말 꿀맛이었다. 시골 인심에 다시 한 번 감동했다.

‘즐거운날’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푸근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괴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식당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이 다소 협소하여,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근처 하나로마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뱅이전골에 공기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조금 아쉬웠다. 메뉴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메뉴에 공기밥이 별도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날’은 괴산에서 꼭 가봐야 할 숨은 맛집임에 틀림없다. 서울에서 장사하셨으면 체인점을 내셨을 거라는 한 방문객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정갈한 밑반찬과 시원한 새뱅이전골, 그리고 따뜻한 인심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총평: 괴산 호국원을 방문하는 길에 들른 ‘즐거운날’은 기대 이상의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시원하고 깔끔한 새뱅이전골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괴산 지역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한 기분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