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푸른 밤,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서귀포의 어느 저녁.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동해미락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올레시장에서 북적이는 활기를 즐길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조용하고 품격 있는 곳에서 제대로 된 회를 맛보고 싶었다.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식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는 순간 확신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아늑하게 감싸는 공간이 펼쳐졌다.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니, 어스름이 내려앉은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록 늦은 저녁이라 짙푸른 바다를 볼 순 없었지만, 잔잔한 파도 소리와 짭짤한 바다 내음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다음에는 꼭 해 질 녘에 와서 붉게 물드는 노을을 감상하며 회를 즐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3인 가족, 우리는 B코스(16만원)를 주문했다. 곧이어 차려진 상 위에는 다채로운 해산물과 밑반찬들이 푸짐하게 자리를 채웠다. 뽀얀 죽 한 그릇이 따스하게 속을 달래주었고, 신선한 샐러드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해산물 모듬이 등장했다. 멍게, 해삼, 전복 등 싱싱한 해산물이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냈다.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바다 향을 머금은 멍게,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인 해삼,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전복까지. 입안 가득 퍼지는 싱싱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회가 나왔다. 참돔, 광어, 방어, 뱃살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붉은 빛깔의 참돔은 쫄깃하면서도 담백했고,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한 광어는 부드러움의 극치였다. 특히 기름기가 풍부한 방어 뱃살은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회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그 신선함과 퀄리티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연신 “진짜 맛있다”를 외치며 폭풍 흡입했다.
회를 한참 즐기고 있을 때, 사장님께서 멍게와 회를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넉넉한 인심에 감사하며 맛을 보았는데, 메인 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다만 아이들은 “메인 회만큼 촉촉함이 덜하다”며 아쉬워했다. 역시 회 맛을 제대로 아는 녀석들이다.

코스 요리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따뜻한 치즈 가리비는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는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었다. 알밥은 톡톡 터지는 식감과 고소한 맛이 조화로웠고, 갓 튀겨져 나온 튀김은 바삭함이 예술이었다. 특히 새우튀김은 튀김옷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튀김과 함께 나온 감자튀김 또한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은 1인 1그릇씩 제공되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고, 소주 한 잔을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아이들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말아 먹으며 “밥도둑”이라 칭찬했다.
분말 와사비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요청하니 생와사비로 바꿔주셨다. 역시 회에는 생와사비가 제격이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18만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신선한 회와 해산물, 푸짐한 밑반찬,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2인 기준으로 모듬회를 시키기에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는 회 위주의 메뉴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신선한 맛과 훌륭한 서비스로 충분히 상쇄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제주 여행 때도 서귀포에 들러 동해미락을 꼭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싱싱한 회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함께 즐기고 싶다.
동해미락, 이곳은 단순한 횟집이 아닌, 제주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시간.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