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따라갔던 시장통 냉면집, 그 시절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곳이 있다. 대전 오정동, 60년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황해면옥이 바로 그런 곳이지. 간판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 왠지 모르게 푸근하고 정겨운 기운이 감돈다. 오늘따라 유난히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간절해서, 옛 생각하며 황해면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역시나, 이 집 냉면 맛은 여전하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육수부터 내어주시는데,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속을 따스하게 덥혀준다. 이 집 육수는 양지와 사태를 4시간 넘게 푹 우려낸다더니, 그 정성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다. 후루룩, 육수 한 모금에 긴장이 풀리고, 본격적으로 냉면 맛볼 생각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인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냉면 종류도 다양하다. 물냉면, 비빔냉면, 김치비빔냉면… 다 맛있어 보여서 한참을 고민했다. 오늘은 왠지 매콤한 게 당겨서 김치비빔냉면으로 결정! 냉면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마다 놓인 놋그릇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게, 참 깔끔하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던 놋그릇이 생각나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창밖으로는 오정동 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정겨운 풍경에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드디어 기다리던 김치비빔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긴 빨간 비빔냉면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김치, 쇠고기, 오이, 배…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고,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게, 얼른 비벼 먹고 싶어 혼났다. 젓가락으로 휘휘 비비니, 쫄깃한 면발이 탱글탱글 살아있다. 얼른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으니… 아, 이 맛이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고, 쫄깃한 면발이 혀를 감싼다. 숙성된 김치의 깊은 맛과 쇠고기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맛을 낸다. 보기에는 꽤 매워 보이지만, 맵찔이인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매콤함이다. 맵다 싶으면 같이 나오는 따뜻한 육수를 홀짝 들이켜주면, 매운맛이 싹 가라앉는다.

면발은 직접 뽑는다고 하는데, 어쩐지 시판 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최고다. 김치도 직접 담그시는지,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살아있다. 쇠고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면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먹다 보니, 만두도 땡긴다. 이 집 만두도 맛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거든. 그래서 왕만두도 하나 추가했다. 커다란 찜기에 갓 쪄서 나온 만두는,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만두피를 살짝 찢으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 야채, 당면 등으로 가득 차 있는데, 정말 푸짐하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하고, 속은 촉촉하고 담백하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다. 특히 숙주가 듬뿍 들어가 있어,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다. 냉면이랑 만두랑 같이 먹으니, 정말 든든하다.

옆 테이블에서는 갈비탕을 드시는 분들도 많았다. 큼지막한 갈빗대가 듬뿍 들어간 갈비탕은, 보기만 해도 든든해 보인다. 갈비탕 국물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평이 많던데, 다음에는 갈비탕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특히 이 집 갈비탕은, 뚝배기에 담겨 나오자마자 밥을 바로 말아 먹으면 정말 꿀맛이란다. 갈비도 야들야들해서, 뼈에서 살이 쏙쏙 분리된다고 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황해면옥은 냉면뿐만 아니라,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특히 깍두기와 김치는, 냉면이랑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깍두기는 아삭아삭하고 시원하고, 김치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밑반찬은 매일 아침 직접 만드신다고 하는데, 역시 손맛이 다르긴 다르다. 깍두기, 김치, 냉면, 만두…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조합이다.
맛있게 냉면을 먹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더운 여름, 입맛 없을 때 황해면옥 냉면 한 그릇이면, 입맛이 확 살아날 것 같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냉면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황해면옥은 대전 오정동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이다. 60년 전통의 평양냉면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깊은 맛과 정겨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흔히 생각하는 슴슴한 평양냉면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 집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감칠맛 나는 육수와 쫄깃한 면발, 푸짐한 고명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물론, 아쉬운 점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에게는, 이 집 냉면이 평양냉면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맛과 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격이다. 무엇보다, 황해면옥은 맛뿐만 아니라,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먹던 냉면 맛, 그 따뜻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곳이 바로 황해면옥이다.

황해면옥은 길 건너편에 넉넉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많으니, 조금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동절기에는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니, 방문 시간을 꼭 확인하고 가시길 바란다.
대전에서 맛있는 냉면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황해면옥을 추천한다. 60년 전통의 손맛이 살아있는 냉면 한 그릇,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옛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에게는, 황해면옥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에,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황해면옥에서 맛있는 냉면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이 집 냉면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와서, 같이 냉면 한 그릇 먹어야겠다. 부모님도 분명 좋아하실 거야. 황해면옥,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맛있는 냉면을 만들어주세요!
총평: 대전 오정동의 터줏대감, 60년 전통의 황해면옥. 평양냉면의 깊은 맛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황해면옥으로 떠나보자. 분명, 잊지 못할 맛과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아, 그리고 갈비탕도 꼭 한번 드셔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