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다. 특히 낯선 지역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 즐거움과 동시에 혹시나 어색한 분위기에 휩쓸릴까 하는 걱정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번 태안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혼밥 도전을 감행했다. 목적지는 태안에서 간장게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토담집”. 밥 한 끼 제대로 먹고 힘내서 돌아다니려면 맛있는 음식이 필수니까!
태안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맛집 검색! 블로그 후기들을 꼼꼼히 살펴보니, 토담집의 간장게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간장게장 전문점답게 메뉴는 간결했다. 간장게장과 우럭젓국, 딱 두 가지. 혼자 여행 온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단촐한 메뉴가 반갑다.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가장 자신 있는 메뉴에 집중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자 와서 간장게장 1인분만 시켜도 괜찮을지,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히 혼밥 후기들도 꽤 있어서 용기를 냈다.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토담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예상보다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고,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창가 자리도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한 미소 덕분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메뉴판을 보니 간장게장 1인분에 32,000원.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태안까지 왔으니 제대로 된 간장게장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혼자 왔으니 간장게장 1인분에 우럭젓국 1인분을 시키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했다. 와, 이게 정말 1인분 상차림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푸짐했다. 김, 젓갈, 나물, 김치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을 보니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태안의 특산물인 갈치속젓.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갈치속젓은 밥 위에 살짝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어서, 간장게장이 나오기도 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뻔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장게장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게 두 마리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간장에 담겨 나왔는데, 보자마자 입안에 침이 고였다. 게 뚜껑에는 주황색 알과 녹진한 내장이 가득 차 있었고, 몸통에도 살이 꽉 차 있는 게 눈으로도 느껴졌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서, 얼른 젓가락을 들고 게살을 발라 먹기 시작했다.

첫 입을 베어 무는 순간, 왜 이곳이 태안 맛집으로 유명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양념이 게살에 촉촉하게 배어 있었는데,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게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게 뚜껑에 있는 알과 내장을 밥에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맛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비워냈다.
간장게장을 먹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짜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통 간장게장은 너무 짜서 밥 없이 먹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토담집의 간장게장은 간이 딱 적당해서 게살만 발라 먹어도 맛있었다. 그렇다고 싱거운 것도 아니었다. 짭짤함, 달콤함, 고소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맛을 선사했다. 간장게장 특유의 한약 냄새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게살을 발라 먹는 동안, 주인 아주머니께서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김이 특히 맛있어서 몇 번이나 리필했는데, 그때마다 푸짐하게 가져다주셔서 감사했다. 넉넉한 인심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덕분에, ‘혼자여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간장게장과 밑반찬을 남김없이 해치우고 나니, 배가 빵빵해졌다. 하지만 후식으로 나온 야쿠르트를 보니, 또다시 입맛이 당겼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야쿠르트를 마시니, 소화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에 태안에 오면 또 들를게요”라고 대답하니,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주셨다.
토담집에서 혼밥을 하면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분위기,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태안에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힘이 솟아났다.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토담집에서 먹었던 간장게장의 맛을 떠올렸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하고,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그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태안 맛집 “토담집”에서의 혼밥은, 내 인생 최고의 혼밥 경험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에 또 태안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우럭젓국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