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풍경 속 치즈 과학, 임실에서 찾은 인생 피자 맛집

며칠 전, 나는 묵직한 카메라 가방과 각종 실험 도구를 챙겨 들고 전라북도 임실로 향했다. 목적은 단 하나, 임실 치즈의 과학적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고, 그 정수가 담긴 피자의 맛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임실은 예로부터 치즈로 유명한 지역이니만큼, 그곳의 피자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내 미각 연구소의 새로운 실험 대상은 바로 ‘치즈온피자’였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를 몰아 도착한 ‘치즈온피자’는, 예상대로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은 한창 도로 공사 중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의 기분이랄까. 겨울, 눈이라도 내린 날 방문하면 마을과 산이 마주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설경을 감상하며 피자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은은한 치즈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마치 숙성된 치즈의 아미노산이 분해되면서 만들어내는 풍미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은 향이었다.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편안함을 더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주력 메뉴는 역시 피자였다. 더블치즈 피자, 불고기 피자, 파인애플 피자 등 다양한 종류의 피자가 있었지만, 내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치즈크러스트 불고기 피자’.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치즈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온 터라, 왠지 모르게 이 메뉴에 더 끌렸다. 메뉴판 한켠에는 쌀로 반죽한 도우를 사용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밀가루 도우에 비해 글루텐 함량이 낮아 소화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메뉴판
메뉴판. 쌀 도우와 임실 치즈를 강조하고 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주인장의 석사 학위가 전시되어 있었다. 왠지 모르게 피자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음식은 과학이다. 잠시 후, 따뜻하게 구워진 피자가 테이블에 놓였다.

피자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치즈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불고기 토핑도 아낌없이 뿌려져 있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 듯, 불고기 표면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띠고 있었다. 갓 구워져 나온 피자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렌즈를 통해 보이는 피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 작품과 같았다.

치즈 크러스트 불고기 피자
눈꽃처럼 덮인 치즈, 치즈 크러스트 불고기 피자!

드디어, 피자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쭈욱 늘어나는 치즈의 향연.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된 치즈 가닥들은, 입안 가득 퍼질 고소한 풍미를 예고하는 듯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쫄깃한 쌀 도우와 부드러운 치즈, 달콤 짭짤한 불고기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치즈의 품질이었다. 임실 치즈 특유의 신선하고 고소한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시판 모짜렐라 치즈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치즈 크러스트 부분은 마치 숙성된 브리 치즈처럼, 진하고 꼬릿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아마도 유산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다양한 유기산과 에스테르 덕분이리라.

불고기 토핑 또한 훌륭했다. 간장, 설탕, 마늘 등으로 양념된 불고기는, 단짠의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마늘의 알리신 성분은, 피자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파인애플 피자도 맛있다지만, 역시 불고기 피자를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피클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오이와 양배추를 함께 사용한 수제 피클이었는데,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산균은,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오이 함량이 조금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불고기 피자 단면
꽉 찬 토핑, 신선한 재료가 눈으로도 느껴진다.

피자를 먹는 동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 맛있는 피자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는 즉석에서 작은 실험을 진행했다. 피자 한 조각을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3분간 구워 보았다. 그 결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오븐에서 갓 꺼낸 피자는, 표면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더욱 바삭해졌다. 특히 치즈는 노릇하게 구워져,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마치 브륄레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예술이었다. 이 작은 실험을 통해, 나는 피자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발견했다. 역시, 과학은 맛을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구다.

피자와 함께 크림 파스타도 주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크림 파스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크림 스프에 베이컨을 다져 넣은 듯한 평범한 맛이었다. 마치 실패한 실험 결과물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를 시도해 봐야겠다.

피자 치즈 늘어나는 모습
쭉쭉 늘어나는 치즈, 행복도 함께 늘어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남은 피자를 포장해 주시면서, 더욱 맛있게 데워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갓 구운 피자도 맛있었지만, 식은 피자를 데워 먹으니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쌀 도우는 식어도 쫄깃한 식감을 유지해서 좋았다.

‘치즈온피자’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성공적인 미각 실험이었다. 신선한 임실 치즈와 쌀 도우의 조합은, 내 미각 세포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비록 크림 파스타는 아쉬웠지만, 피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식당을 나서기 전, 나는 진열장에 전시된 주인장의 석사 학위를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역시, 맛있는 음식에는 과학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고.

‘치즈온피자’, 이곳은 단순한 피자집이 아니었다. 임실 치즈에 대한 자부심과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만들어낸, ‘인생 피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임실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미각에도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아름다웠다. 특히 눈 덮인 들판은, 마치 거대한 치즈 케이크처럼 보였다. 나는 ‘치즈온피자’에서 맛본 피자의 여운을 느끼며, 다음 미각 실험 장소를 향해 다시 차를 몰았다.

돈까스와 크림파스타
아쉽게도 돈까스는 솔드아웃. 크림 파스타는 평범했다.
라자냐
다음에는 라자냐에 도전해봐야겠다.
크림파스타 확대
크림 파스타는 조금 더 분발해야 할 듯.
파인애플 피자
호불호 갈리는 파인애플 피자. 다음엔 도전?
피자 체험장
아이들과 함께 피자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