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용추계곡의 물소리를 삼키다, 송림회관에서 맛보는 백숙의 시원한 여름날 [함양 맛집]

오랜만에 찾은 함양 땅, 그 굽이치는 용추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기억 속 풍경을 더듬어 ‘송림회관’의 문턱을 넘었다. 15년 넘게 이어온 나의 단골집,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여전했지만, 설레는 마음은 마치 처음 방문하는 듯 벅차올랐다.

돌담으로 쌓아 올린 듯한 외벽과 기와지붕이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 ‘흑돼지, 청둥오리, 오골계, 토종닭, 백숙 전문’이라 적힌 간판은 이곳의 메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미닫이 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송림회관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송림회관의 정감 있는 외관.

나는 늘 계곡이 바로 보이는 테라스 자리를 선호한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낭만 때문일까.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계곡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주었고, 눈앞에는 그림처럼 펼쳐진 용추계곡의 풍경이 펼쳐졌다. 푸르른 나무들이 만들어낸 싱그러운 그늘, 그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토종닭 백숙, 오골계 백숙, 오리 백숙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의 선택은 늘 변함없이 ‘오리 백숙’이었다. 넉넉하게 오리백숙을 주문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 병도 함께 청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양파,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김치, 싱싱한 채소 샐러드, 깍두기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리백숙 한 상 차림
정갈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오리백숙 한 상.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 백숙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접시 가득 담긴 오리 백숙 위에는 찹쌀, 녹두, 검은깨 등 몸에 좋은 곡물들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자작하게 담긴 육수는 은은한 한약재 향을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을 들어 오리 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젓가락 끝에서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 푹 삶아진 오리 고기는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왔다. 특히, 찹쌀과 녹두를 함께 먹으니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오리백숙 클로즈업
찹쌀, 녹두, 검은깨가 듬뿍 뿌려진 오리백숙의 먹음직스러운 모습.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땀 흘리며 일한 뒤 먹는 꿀맛 같은 점심, 이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어느 정도 오리 고기를 먹고 난 후에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영양죽’이었다. 오리 백숙을 먹고 남은 육수에 찹쌀과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인 영양죽은, 송림회관의 숨겨진 ‘비장의 무기’였다.

보글보글 끓는 영양죽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자로 영양죽을 떠서 맛을 보니,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찹쌀은 부드럽게 퍼져 있었고, 채소들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특히, 오리 고기와 함께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맛이었다.

영양죽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일품인 영양죽.

나는 영양죽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배가 불렀지만, 멈출 수 없었다. 송림회관의 영양죽은, 그 어떤 보양식보다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드넓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은 마치 작은 숲속 정원 같았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고, 곳곳에는 앙증맞은 조형물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잠시 정원을 거닐며 소화를 시켰다.

송림회관 정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송림회관의 정원.

송림회관 바로 앞에는 용추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아이들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잠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짜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용추계곡
맑고 깨끗한 용추계곡의 시원한 물줄기.

송림회관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는 송림회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계산을 하려고 메뉴판을 다시 보니, 토종닭/오리 백숙은 60,000원, 상황 백숙은 65,000원으로 적혀 있었다. 닭/오리 옻닭, 닭/오리 오골계도 같은 가격대였다. 백숙 외에도 더덕구이, 해물파전, 메밀전병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은 영양죽으로 마무리해야겠지만.

송림회관 메뉴
송림회관의 다양한 메뉴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몇몇 테이블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고, 테이블 밑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는 곳도 있었다. 또한, 폭포 소리가 너무 커서 대화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송림회관의 ‘압도적인 맛과 아름다운 경치’ 앞에서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다음에 함양에 방문할 때도, 나는 어김없이 송림회관을 찾을 것이다. 변치 않는 맛과 정겨운 분위기가 그리워질 때, 용추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는 송림회관에서 다시 한 번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나는 송림회관을 떠나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폐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함양 용추계곡의 아름다운 풍경과 송림회관의 맛있는 오리 백숙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송림회관 테라스
계곡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송림회관의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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