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렐라 면발에 실린 안계면 추억, 의성 하림각에서 찾은 맛있는 한 끼

어스름한 새벽, 옅은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의성군 안계면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하림각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 열 시,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연다는 소식에 해장을 갈망하는 마음을 안고서였다. 낡은 듯 정겨운 외관이 어딘가 모르게 푸근한 인상을 풍겼다. 넓은 주차장이 넉넉하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에서,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여유가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짜장면과 짬뽕을 즐기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정겨운 삶의 냄새가 물씬 풍겨져 왔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메뉴판을 펼쳐 들고, 전날의 과음으로 얼큰한 국물이 절실했던 나는 고추짬뽕을, 조카는 짜장면을 주문했다.

초록색 면발이 인상적인 고추짬뽕
초록빛 클로렐라 면이 시선을 사로잡는 고추짬뽕의 자태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짬뽕과 짜장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초록빛을 띠는 면발이었다. 클로렐라를 넣어 만들었다는 면은, 여느 중식당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올리니,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은은한 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조카의 짜장면부터 맛보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짜장 소스가 초록색 면발 위로 넉넉하게 덮여 있었다. 한 입 맛보니, 예상대로 익숙하고 평범한 옛날 짜장면 맛이었다. 특별한 비법이 숨겨져 있다거나,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동네 중국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이랄까. 조카는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짜장면을 폭풍 흡입했다. 아이의 입맛에 잘 맞는 듯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화비빔밥의 모습
고소한 김 가루와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중화비빔밥

다음은 나의 고추짬뽕 차례. 붉은 국물 위로 홍합,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들이켜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매운맛이 온몸을 휘감았다. 인위적인 캡사이신의 매운맛이 아닌, 청양고추 특유의 깔끔하고 개운한 매운맛이 혀끝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전날의 숙취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면발은 클로렐라 특유의 쫄깃함과 탱글탱글함이 살아 있었다. 초록색 면발이 붉은 짬뽕 국물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꽤나 강렬했다. 면을 다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그 또한 꿀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이 느껴졌다.

고추짬뽕의 전체적인 모습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얼큰한 고추짬뽕 한 그릇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동네 어르신들은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키면서도, 옆 테이블에서 먹는 메뉴가 뭔지 궁금해하며 물어보시는 모습이 정겨웠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서, 하림각이 오랫동안 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림각은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특별한 맛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계면에 들른다면, 실패 없이 든든한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클로렐라 면발이라는 독특한 개성과,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맛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고추짬뽕의 풍성한 건더기
홍합,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간 고추짬뽕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하며, 나도 모르게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따뜻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가, 음식 맛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하림각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얼큰한 짬뽕 국물 덕분에 속도 든든해졌고, 정겨운 풍경 덕분에 마음도 따뜻해졌다. 안계면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림각에서의 한 끼 식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고추짬뽕 속 해산물
신선한 해산물이 짬뽕의 풍미를 더한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의성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논밭에는 푸른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하림각에서의 따뜻한 한 끼를 떠올렸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그리고 맛있는 한 끼였다.

짬뽕의 푸짐한 모습
다채로운 채소와 해물이 어우러진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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