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산성 신라장: 정겹고 푸근한 손맛, 추억이 깃든 그 맛집을 찾아서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러 청주 상당산성을 찾았다. 굽이굽이 이어진 성곽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 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풍경도 허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상당산성 주변에는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나의 발길을 붙잡은 곳은 바로 ‘신라장’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세월이 흘러 모습은 조금 변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졌다. 낡은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에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신라장 식당 외부 모습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신라장 식당 외부. 오랜 맛집의 포스가 느껴진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등산복 차림의 어르신들부터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정겨운 분위기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창밖으로는 잔잔한 저수지 뷰가 펼쳐져 있어 식사를 하는 동안 눈도 즐거웠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닭백숙, 오리백숙, 더덕정식, 도토리묵 등 향토적인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청국장과 녹두전을 주문했다. 신라장은 청국장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등산 후 막걸리 한잔에 녹두전은 최고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이 담긴 양은 주전자와 컵이 먼저 나왔다. 왠지 모르게 물맛도 더 구수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물이 담긴 양은 주전자
정겨운 양은 주전자에 담긴 따뜻한 물 한 잔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을 더해준다.

잠시 후, 푸짐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콩나물, 시금치, 무생채 등 정갈하게 담긴 나물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서비스로 제공되는 선지국과 꽁보리밥은 정말 별미였다. 뜨끈한 선지국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고, 톡톡 터지는 꽁보리밥은 씹을수록 고소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꽁보리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다양한 밑반찬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했고,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의 깊은 맛과 함께 어우러지는 두부, 김치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청국장과 밑반찬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은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일품이었다.

이어서 녹두전이 나왔다. 큼지막한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고소한 녹두의 풍미와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의 조화가 훌륭했다. 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등산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녹두전과 양념장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은 막걸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텅 비어 있었고, 녹두전도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따뜻한 물음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도토리묵과 막걸리
새콤달콤한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잔은 등산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최고의 조합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저수지에 비쳐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신라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니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신라장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푸근한 분위기, 넉넉한 인심, 그리고 변함없는 맛은 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상당산성을 찾는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두부김치와 밑반찬
따끈한 손두부와 새콤달콤한 김치의 조화는 막걸리를 부르는 맛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청결에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바닥이 정리되지 않았다거나, 테이블에 얼룩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 바쁜 시간에는 직원들의 응대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소한 단점들조차 오랜 세월의 흔적과 넉넉한 인심으로 덮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할머니 댁에 가면 낡은 장판이나 살짝 삐걱거리는 문소리조차 정겹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신라장의 음식 맛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고향의 맛’이다. 특별한 기교나 화려함은 없지만, 정직하고 소박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들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청국장은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쿰쿰한 냄새 때문에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도 신라장의 청국장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해물파전
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해물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그 외에도 해물파전, 두부김치, 더덕구이 등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다. 모든 메뉴들이 하나같이 맛깔스럽고 푸짐해서 여럿이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등산 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피로를 싹 잊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다.

신라장은 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상당산성 소형주차장에 주차하고 성곽을 한 시간 정도 둘러본 후 동문으로 내려오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청주시내에서 상당산성행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오면 된다.

다만, 12시가 넘으면 손님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더욱 붐비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거나, 조금 일찍 서둘러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라장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맛집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여 닭백숙과 더덕정식을 맛봐야겠다.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게, 그리고 변함없는 맛으로 나를 맞아주길.

녹두전
겉바속촉의 정석, 녹두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오늘도 나는 신라장의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돌아간다. 청주 상당산성 맛집, 신라장에서 말이다.

김치찌개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찌개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신라장 전경
상당산성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하는 맛집, 신라장.
신라장 메뉴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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