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마저 숙성시킨 수유 맛집, 은수식당에서 툇마루의 추억을 맛보다

어스름한 저녁, 수유역 골목길을 걷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오늘 향할 곳은 25년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노포, 은수식당. 간판에는 ‘목고기, 콩비지 전문’이라는 문구가 정겹게 쓰여 있었다. 낡은 간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따뜻한 기분을 선사했다.

가게 문을 열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숯불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했고, 그들의 얼굴에는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린 후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목고기였다. 14,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숯불에 구워 먹는 목살의 풍미를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목고기 2인분과 함께, 콩비지를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숯불이 놓이고, 곧이어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다채로운 밑반찬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 하나하나 맛깔스럽다.

밑반찬은 푸짐하고 정갈했다. 싱싱한 상추, 깻잎, 마늘, 고추는 물론이고, 새콤달콤한 파무침과 시원한 동치미, 그리고 짭짤한 총각무까지. 특히 총각무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숯불이 달아오르기를 기다리며, 밑반찬들을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툇마루에 앉아 저녁 식사를 기다리던 그때 그 시절의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고기가 등장했다.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썰린 목살은,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목살을 숯불 위에 올려주셨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참숯의 은은한 향이 고기에 스며들면서,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목살
참숯 위에서 구워지는 두툼한 목살. 육즙이 좔좔 흐른다.

잘 익은 목살 한 점을 집어 소금을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수입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기의 질이 훌륭했다. 25년 동안 숙성된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맛이었다.

상추에 목살 한 점을 올리고, 파무침과 마늘, 쌈장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싱싱한 채소의 아삭함과 매콤한 파무침, 그리고 고소한 목살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목살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숯불, 목살, 밑반찬, 콩비지까지. 완벽한 조합이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콩비지가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콩비지는,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신 따뜻한 찌개를 연상시켰다. 콩비지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으니,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따뜻한 콩비지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따뜻한 콩비지.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콩의 신선도가 예전만큼 좋지 않다는 평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충분히 맛있었다. 고소한 콩 국물과 부드러운 콩비지는, 숯불에 구운 목살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흑미밥 위에 콩비지를 듬뿍 올려 비벼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된장찌개는 예전만큼 맛있지 않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나쁘지 않았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된장찌개는,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목살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
숯불의 화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자주 뒤집어주지 않으면 금세 타버리니 주의해야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숯불의 화력이 너무 강해서 고기가 금방 타버린다는 것이다. 숯불을 자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전에 손님 올 때마다 바로 무쳐서 제공되던 파무침이 이제는 미리 무쳐놓은 것을 준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아쉬움들은, 25년의 세월 동안 쌓아온 은수식당의 깊은 맛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메뉴판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이곳. 은수식당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수유 지역의 맛집으로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맛과 분위기, 그리고 추억을 생각하면 충분히 수유에서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어야겠다. 그리고 그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드시던 냉면도 꼭 한번 맛봐야겠다. 은수식당은,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다.

은수식당 외관
저녁 시간, 은수식당 앞은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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