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역,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지는 곳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왁자지껄 기차를 타고 떠났던 MT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세월이 흘러 연구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지금, 나는 또 다른 설렘을 안고 조치원행 KTX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바로 ‘덕윤당’이었다.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리 요리 전문점, 덕윤당. 곰탕과 라멘이라는 친숙한 메뉴에 오리라는 독특한 재료를 접목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음식에 대한 나의 접근 방식은 언제나 과학적이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조리했을 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지, 그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식의 즐거움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덕윤당의 오리 요리들은 과연 어떤 과학적 원리를 통해 탄생했을까? 기대를 안고 조치원역에 내렸다.
역에서 3분 남짓 걸으니 아담하고 귀여운 외관의 덕윤당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일본의 작은 라멘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바 테이블을 중심으로, 벽면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 묘하게 일본 분위기가 풍기는 캐릭터 상품과 간식거리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연구실 한 켠에 마련된 휴식 공간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정독했다. 덕곰탕, 덕라면, 오리제육덮밥… 예상대로 오리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곰탕의 깊은 맛을 느껴볼까, 라멘의 화려한 변신을 경험해볼까. 하지만 나의 최종 선택은 오리제육덮밥이었다. 평소 제육볶음을 즐겨 먹는 나에게, 오리 특유의 풍미가 더해진 제육덮밥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덕교자도 하나 추가했다. 과학 연구의 기본은 다양한 변수를 설정하고 실험하는 것 아니겠는가.
주문 후, 가게를 좀 더 둘러봤다. 벽에는 방문객들의 후기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인생 곰탕”, “국물이 끝내줘요”, “오리 덮밥 미쳤다” 등등.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특히 “국물이 진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곰탕 국물의 아미노산 함량과 콜라겐 함량이 얼마나 될지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과학자의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
드디어 기다리던 오리제육덮밥이 나왔다. 덮밥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오리 제육과 반숙 계란이 얹어져 있었다. 챔기름의 고소한 향과 은은한 불향이 코를 자극했다. 렌틸콩, 잘게 썰은 쪽파, 깨소금이 넉넉히 뿌려져 있어 시각적인 만족감도 높았다.

젓가락으로 오리 제육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듯,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씹을수록 오리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은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절묘했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불향은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캡사이신 성분이 적절히 함유되어 있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기분 좋은 매운맛을 선사했다.
반숙 계란을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배가되었다. 노른자에 풍부하게 함유된 레시틴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밥알 한 톨 한 톨에 양념이 골고루 배어 있어,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덮밥과 함께 나온 맑은 국물도 인상적이었다. 멸치와 다시마를 오랜 시간 우려낸 듯,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글루타메이트와 이노시네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된, 완벽한 국물이었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이어서 덕교자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표본이었다. 돼지고기 대신 오리고기를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했는데, 덕분에 느끼함은 줄고 담백함은 살아났다. 만두피의 글루텐 함량과 반죽 숙성 정도를 분석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불러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작은 뽑기 기계가 놓여 있었다.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면 뽑기 기회를 준다고 했다. 호기심에 이끌려 나도 이벤트에 참여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꽝.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까.
덕윤당에서의 식사는, 과학적으로 분석할 가치가 충분한 경험이었다. 오리라는 특색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곰탕, 라멘, 덮밥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리제육덮밥은, 오리 특유의 풍미와 제육볶음의 매콤달콤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훌륭한 요리였다. 다음에는 덕곰탕과 덕라면을 맛보기 위해 다시 방문해야겠다.
혼밥하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평처럼, 실제로 혼자 와서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조치원역 근처에서 혼자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덕윤당을 강력 추천한다. 물론,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식은, 사랑을 싹틔우는 데 훌륭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와 식기류도 준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조치원역 플랫폼에 서서, 다시 KTX에 몸을 실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덕윤당에서 경험한 맛의 향연을 곱씹었다. 과학적인 분석과 미식의 즐거움이 공존했던 시간. 덕윤당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나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덕윤당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오리제육덮밥의 맛이 자꾸만 떠올랐다. 마치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된 것처럼, 강렬한 쾌감이 뇌를 자극했다. 내일 점심도 덕윤당에서 먹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덕곰탕의 과학적 비밀을 파헤쳐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