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어머니 손맛 그대로, 유성 장날에 만나는 고향의 맛 칼국수 맛집

어머니의 손맛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대전 유성시장에서 30년 넘게 그 맛을 지켜온 칼국수 한 그릇을 통해 그 해답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성장, 4일과 9일로 끝자리가 맞아 떨어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오일장이 열리는 곳. 싱싱한 채소와 과일, 활기 넘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그야말로 ‘삶’의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공간이다. 그 틈바구니 속, 허름하지만 정겨운 간판을 단 ‘고향손칼국수’집이 오늘의 목적지다.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인 상호는 투박하지만 한눈에 들어온다. 간판 옆에는 04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마치 오랜 친구의 연락처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

시장 안, 좁은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였다. 나무로 마감된 천장과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벽 한켠에 붙어있는 ‘착한가격업소’ 스티커와 메뉴 안내문이 눈에 띈다 . 손칼국수 한 그릇에 5,000원이라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믿기 힘든 가격이다. 곱빼기는 6,000원, 면사리 추가는 1,000원. 가격마저도 정겹다.

자리에 앉자마자 칼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메뉴는 단 하나, 칼국수. 선택과 집중, 이것이야말로 맛집의 불문율 아니겠는가. 주문을 마치자마자 김치와 양념장이 테이블에 놓였다. 겉절이 김치는 아니고, 적당히 익은 김치다. 맛을 보니,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칼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다. 김치 유산균이 발효되면서 만들어내는 특유의 시큼한 맛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잠시 기다리자, 드디어 칼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소박하지만 푸짐했다. 뽀얀 멸치 육수 위로 쑥갓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쑥갓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보니,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면발이 눈에 띈다. 기계로 뽑아낸 면이 아닌, 손으로 직접 밀어 썰어낸 손칼국수임이 분명하다. 면의 굵기가 제각각인 것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손칼국수
푸짐하게 담겨 나온 손칼국수 한 그릇. 쑥갓의 향긋함이 식욕을 자극한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멸치 특유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정말 ‘진한’ 멸치 육수다. 멸치를 장시간 끓여내면서 우러나온 글루탐산나트륨이 혀의 미뢰를 자극하며 깊은 감칠맛을 선사한다. 마치 과학 실험의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처럼, ‘아, 이 집 국물은 완벽하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면발은 예상대로 쫄깃했다. 손으로 반죽하고 숙성시킨 덕분인지, 면의 글루텐 조직이 탄탄하게 형성되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면을 후루룩 삼킬 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부드러운 촉감 또한 훌륭하다. 쑥갓의 쌉쌀한 맛은 멸치 육수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칼국수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테이블에 놓인 양념장을 살짝 넣어 맛을 보았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이 섞인 양념장은 칼국수에 매콤한 맛을 더해준다.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맵찔이인 나에게는 조금 매웠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칼국수를 먹는 중간중간,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은 칼국수의 느끼함을 잊게 해준다. 김치 유산균은 장 건강에도 도움을 주니, 이 얼마나 완벽한 식사인가.

손칼국수 면발
손으로 직접 밀어 썰어낸 울퉁불퉁한 면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정신없이 칼국수를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솔직히 말하면, 면사리를 추가하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요즘 시대에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가게를 나서면서, 문득 30년 전 이 칼국수집을 처음 방문했다는 한 손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칼국수를 다 먹고 나서, 주인 할머니가 얼마를 받으면 되겠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때 손님들은 2,000원, 2,500원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한다. 결국 2,500원으로 가격이 결정되었다고. 지금은 5,000원이지만, 여전히 착한 가격이다.

고향손칼국수는 단순히 저렴한 칼국수집이 아니다. 30년 넘게 변함없는 맛과 가격으로 손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전 유성지역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서비스는 없지만,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가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유성장날에 방문하면, 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칼국수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장날에는 싱싱한 재료들을 직접 구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맛있는 칼국수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치와 손칼국수
칼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 적당히 익은 김치의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고향손칼국수는 내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따뜻한 칼국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30년 넘게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주인 할머니의 정성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맛있는 칼국수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다음에는 꼭 곱빼기에 면사리 추가해서 먹어야겠다.

돌아오는 길, 유성장의 활기 넘치는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맛있는 칼국수 한 그릇이 주는 행복,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확행’이 아닐까. 대전 칼국수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유성 고향손칼국수를 방문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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