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문득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당겼다. 혼자 떠나는 식도락 여행,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폭풍 검색 끝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바로 영주 ‘동방식당’. 40년 전통의 노포인데다 백종원 님도 다녀갔다는 소문에, ‘이건 무조건 가야 해!’를 외치며 곧장 차에 몸을 실었다. 혼밥 레벨이 만렙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은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한 동반자니까.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과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단층 건물이 나타났다. 화려한 간판 대신, ‘동방식당’이라고 쓰인 소박한 나무 간판이 정겹게 느껴졌다. 이런 노포 분위기, 완전 내 스타일인데! 주차는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조금 떨어진 무료 주차장에 주차 후 걸어오는 방법이 있다. 나는 살짝 걷는 걸 택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소소한 운동이라고나 할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 좌석으로만 이루어진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좌식 테이블.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는 따로 없었지만, 다행히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서 혼자 앉아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옆 테이블 손님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먹는 불편함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해물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혼밥하기에도 나쁘지 않겠어.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해물탕 단일 메뉴! 이런 곳은 찐 맛집일 확률이 높지. 고민할 필요 없이 해물탕 중(中)자를 주문했다. 혼자 먹기엔 조금 많은 양일 수도 있지만, 남으면 포장하면 되니까! (라는 핑계로 푸짐하게 먹고 싶었다.) 주문을 마치니, 사장님께서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정갈한 밑반찬들을 가져다주셨다.
밑반찬은 콩조림, 김치, 콩나물 무침, 깻잎 장아찌 등 총 5가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산초가 들어간 배추김치는 처음 먹어봤는데, 독특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깻잎 장아찌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고.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탕이 등장했다. 냄비 가득 푸짐하게 담긴 해산물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꽃게, 새우, 오징어, 쭈꾸미, 조개류, 미더덕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영주에서 처음으로 해물탕에 미더덕을 사용한 곳이라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해물탕. 냄새부터가 예술이었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해물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사장님께서 오셔서 맛있게 먹는 팁을 알려주셨다. 먼저, 냄비 밑에 있는 양념을 잘 풀어주고, 해산물을 조금 먹다가 쫄면 사리를 넣어 먹으면 된다고. (와사비 향이 강하니 조금만 넣으라고 덧붙여 말씀해주시는 센스!)
사장님 팁대로 냄비 바닥에 있는 양념을 풀어주니, 뽀얗던 국물이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변했다. 국물 한 입을 떠먹으니, “크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하고, 깊은 해물 맛이 느껴지는 국물. 살짝 매콤했지만, 기분 좋게 매운 맛이었다. 영주가 내륙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해산물이 정말 신선하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미더덕 특유의 향긋함이 국물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본격적으로 해산물 공략에 나섰다. 쫄깃한 오징어, 탱글탱글한 새우, 부드러운 쭈꾸미, 시원한 조개까지. 하나하나 신선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꽃게는 살이 꽉 차 있어서,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해산물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대로 쫄면 사리를 투하했다.

쫄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국물을 계속 떠먹었다. 쫄면을 넣으니 국물이 살짝 걸쭉해지면서,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쫄면은 시판 쫄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면발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서, 국물과 잘 어우러졌다. 쫄면을 호로록 먹으니, 왠지 모르게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해물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혼자서 중(中)자를 다 먹어치우다니, 나 자신에게 감탄했다. (물론, 조금 남은 국물은 밥에 말아 먹는 센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또 와서 먹어야지!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혼자 와서 먹기에도 부담 없고, 너무 좋았어요.”라고 대답하니, 사장님께서 쑥스러워하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사장님의 친절함에 기분까지 좋아지는 경험이었다.

동방식당에서 해물탕을 먹고 나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친절한 사장님과 정겨운 분위기 덕분인 것 같았다. 혼자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나에게, 동방식당은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오늘도 혼밥 성공!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에는 꼭 차를 놓고 와서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큰하고 시원한 해물탕 국물에 소주 한잔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며. 영주에 다시 방문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영주 맛집 ‘동방식당’, 지역명을 잊지 못할 맛으로 물들인 해물탕 기행,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