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의 주말, 지인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한 곳은 최근 성수에서 가장 핫하다는 맛집, ‘에스메로’였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흔한 루프탑 뷰를 내세운 식당이겠거니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음을 직감했다. 9층 전체를 사용하는 넓고 탁 트인 공간, 은은한 조명 아래 펼쳐진 세련된 인테리어는 도시의 번잡함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에스메로는 건물 9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내 중심부에는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건물 테두리를 따라서는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테라스 유리창이 닫혀 있었지만,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에는 테라스 좌석에 앉아 바깥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다음번 방문 때는 꼭 테라스 자리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 덕분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인들과 함께 여러 메뉴를 골고루 주문해 맛보기로 했다. 산달로 레드 와인과 함께 오징어 튀김, 구운가지 커틀렛, 토마토 부라타 치즈 루꼴라 샐러드, 닭꼬치, 새우꼬치, 그리고 해산물 보리 빠에야까지, 정말 푸짐하게 주문했다. 메뉴는 시기에 따라 변경되는 것 같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당시의 메뉴는 캐치테이블이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신 메뉴라고 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산달로 레드 와인이었다. 탄닌감이 적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고, 음식과의 조화도 훌륭했다. 와인 잔이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식 여행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핀초스였다. 마치 작은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섬세한 플레이팅은 감탄을 자아냈다. 신선한 재료들의 조화로운 맛은 물론이고, 눈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짭짤한 스페인풍 소시지와 달콤한 무화과의 조합은 단짠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고, 바삭하게 구워진 빵 위에 올려진 톡톡 터지는 식감의 날치알은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이어서 나온 오징어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의 정석이었다. 함께 제공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한 풍미만 입안 가득 퍼졌다.
구운가지 커틀렛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가지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가지 특유의 향긋함과 커틀렛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토마토 부라타 치즈 루꼴라 샐러드는 신선한 루꼴라와 부드러운 부라타 치즈의 조화가 돋보였다. 특히, 샐러드 위에 뿌려진 발사믹 글레이즈는 샐러드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눈이 내린 듯 소복하게 쌓인 치즈 가루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닭꼬치와 새우꼬치는 각각 3개씩 제공되었는데, 우리 일행이 3명이었던 것을 고려한 센스 있는 구성이었다. 꼬치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불향은 식욕을 자극했고, 닭고기와 새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해산물 보리 빠에야는 에스메로의 숨겨진 보석이었다. 평소 빠에야를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감탄할 정도로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톡톡 터지는 보리의 식감과 신선한 해산물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빠에야에 들어간 새우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셰프의 정성이 느껴지는 깊은 풍미는 잊을 수 없는 맛의 경험을 선사했다. 빠에야는 주문 후 조리 시간이 1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맛이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스메로는 9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어 공간이 매우 넓고 쾌적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내가 앉았던 테이블은 창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통유리창을 통해 성수동의 시원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며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에스메로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고, 그 아름다운 풍경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꼬치를 조리할 때 주방에서 연기가 실내로 들어와 냄새가 조금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기를 통해 금방 해결되었고, 전반적인 만족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에스메로에서는 메뉴에 따라 가격대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훌륭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특별한 날 연인과의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 강력 추천하고 싶다.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많은 커플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고, 친구들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다음번에는 꼭 루프탑 테라스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칵테일 한 잔을 즐겨보고 싶다. 에스메로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맛과 분위기, 그리고 추억을 함께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며칠 후, 에스메로에서의 만족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번 방문했다. 이번에는 지난번 방문 때 맛보지 못했던 메뉴들을 주문해보기로 했다. 뽈뽀, 이베리코 스테이크, 감바스 알 아히요,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그리고 바스크 치즈 케이크까지, 정말 푸짐하게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뽈뽀는 부드러운 문어와 감자의 조화가 돋보였다. 문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감자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이베리코 스테이크는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특히, 함께 제공된 고추 구이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만 남았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새우를 넣어 끓인 스페인 대표 요리인 감바스는 에스메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빵을 추가해서 오일에 듬뿍 찍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나왔다. 오리 특유의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훌륭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겉은 살짝 탄 듯한 비주얼이었지만,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반전 매력을 뽐냈다. 치즈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케이크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입안을 가득 채웠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좋았다. 다만, 커피 온도가 조금 미지근했던 점은 아쉬웠다. 조금만 더 뜨거웠으면 완벽했을 텐데…
두 번의 방문을 통해 에스메로는 나에게 단순한 성수 맛집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훌륭한 음식,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에서 특별한 미식 경험을 원한다면, 에스메로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