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는 건 마치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것과 같다. 무수한 선택지 속에서 나만의 ‘맛의 빅뱅’을 찾아야 하니까.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제천 중앙시장의 숨은 골목에 자리 잡은 돈까스 전문점, ‘삼소라’다. 좁다란 골목길을 헤치고 들어서니, 예상치 못한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외관에서 풍기는 소박함과는 달리, 내부는 나무 소재를 적극 활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마치 잘 발효된 효모처럼, 기분 좋은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식당 문을 열자,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튀김 냄새가 코 안으로 파고들었다. 160도에서 벌어지는 마이야르 반응의 향기가 분명했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테이블에서는 차가운 금속성이 느껴졌지만, 곧 따뜻한 돈까스가 놓일 자리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대비되는 온도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있는 곳은 미식가들의 레이더에 금방 포착되는 법. 웨이팅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 기다림쯤이야 맛있는 돈까스를 맛보기 위한 과학자의 당연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메뉴판을 스캔하듯 훑어봤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수제 왕돈까스. 하지만 탕수육과 쫄면 세트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과학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쫄면의 매콤함이 잡아줄 수 있을까? 탕수육의 바삭함은 돈까스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까? 고민 끝에, 나는 ‘먹개비’ 모드로 돌입하여 세트 메뉴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본인이 돈까스파라면 돈까스 두 개’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미식 연구의 기본 아니겠는가.
주문 후,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크림 스프였다. 뽀얀 자태에 후추가 살짝 뿌려진 모습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 같았다. 한 입 맛을 보니… 음? 차갑다. 혀의 온도 감지 센서가 즉각적으로 ‘차가움’을 인지했다.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따뜻한 스프가 주는 포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냉각된 실험 장비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쉽지만, 다음 실험을 위해 스프는 잠시 덮어두기로 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돈까스, 탕수육, 쫄면 세트가 등장했다. 거대한 돈까스 위에 덮인 소스는 마치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듯했다. 탕수육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쫄면은 붉은 양념이 면발과 채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매콤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마치 잘 짜여진 화학 반응식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비주얼이었다.

먼저 돈까스부터 맛을 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튀김옷의 질감이 느껴졌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덕분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와 고소한 튀김옷의 조화는 훌륭했지만, 소스에서 약간의 느끼함이 느껴졌다. 마치 기름과 물처럼, 완벽하게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내 쫄면이 등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쫄면의 매콤한 양념이 입안을 강타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잊게 해주는 것은 물론, 잃어버렸던 식욕까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마치 촉매처럼, 쫄면은 돈까스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탕수육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는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숨어 있었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한 맛이 강했는데, 돈까스 소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마치 두 가지 종류의 시럽을 섞어 마시는 듯한 느낌이랄까. 탕수육, 돈까스, 쫄면을 번갈아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양이 상당히 많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에너지를 갈구하는 블랙홀처럼, 끊임없이 음식을 흡입했다. 젓가락질은 점점 빨라지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결국,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이 집 돈까스는 ‘세트’로 먹어야 완벽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쫄면과 탕수육은 돈까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조력자였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테이블이 넓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먹기에는 다소 넓은 감이 있었지만, 여러 명이 함께 와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 나눠 먹기에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마치 공동 연구를 위한 실험실 같은 느낌이랄까. 다음에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방문하여 ‘맛의 시너지’를 창출해봐야겠다.

제천 먹거리 탐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탐구해야 할 맛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오늘 ‘삼소라’에서 경험한 돈까스는 내 미식 지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다음에 제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삼소라’에 들러 돈까스와 쫄면의 환상적인 조합을 맛볼 것이다. 그때는 크림 스프가 따뜻하기를 바라면서.
돌아오는 길, 입안에 감도는 돈까스의 고소함과 쫄면의 매콤함은 마치 우주를 떠도는 미립자처럼 오랫동안 맴돌았다. 제천 중앙시장의 작은 골목에서 발견한 ‘삼소라’. 이곳은 단순한 돈까스 맛집이 아닌, 맛의 즐거움을 탐구하는 과학자의 실험 정신을 자극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