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양조장, 영주 담원에서의 추억 한 조각…혼밥 성공한 어느 날의 지역 맛집 기행

영주,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고 싶어 홀로 떠난 여행길, 무섬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을 만끽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혼자 여행의 묘미는 역시 혼밥! ‘오늘 뭐 먹지?’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하다가 눈에 띈 곳은 문수면에 위치한 ‘담원’이었다. 옛 양조장을 개조했다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끌림을 느껴 곧장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과연 소박한 시골 풍경 속에 자리 잡은 기와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낡은 기와지붕과 나무 울타리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즈넉한 외관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카페 담원’이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수줍게 걸려있는 모습이 정겹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나무 향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이했다. 혼자 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담원의 정감 있는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담원의 외관. 기와지붕과 나무 울타리가 인상적이다.

내부는 예상대로 옛 양조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낡은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드러난 천장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곳곳에 놓인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이 아늑함을 더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뜨개질로 직접 짠 듯한 담요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었다. 왠지 모르게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혼자 앉기 좋은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는 단 하나, ‘옛날 돈까스’였다. 메뉴 선택 고민 없이 곧바로 돈까스를 주문했다. 혼밥러에게 메뉴 고민은 사치일지도.

잠시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웰컴 티가 나왔다. 은은한 향이 나는 차를 홀짝이며 창밖을 바라보니, 붉은 열매가 탐스럽게 열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여유, 정말 얼마 만인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까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돈까스, 샐러드, 밥, 그리고 특이하게도 낙지젓갈이 함께 담겨 나왔다. 돈까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소스는 직접 만드신 듯, 시판 소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느껴졌다.

담원의 옛날 돈까스
푸짐하게 차려진 담원의 옛날 돈까스 한 상.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기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소스 또한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돌아 돈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낙지젓갈은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돈까스와 젓갈의 조합이라니, 정말 신선했다.

밥은 노란색으로 샛노란 빛깔을 띠고 있었는데,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 윤기가 흘렀다. 돈까스, 샐러드, 밥, 그리고 낙지젓갈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혼자 먹는 밥이었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며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돈까스 근접샷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돈까스의 자태.

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차를 내어주셨다. 돈까스를 다 먹기 전후로 따뜻한 차를 내어주는 센스! 차를 마시며 아주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옛 양조장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고 했다. 어쩐지, 건물 구조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뜨개질이 취미이신지, 가게 곳곳에 직접 뜨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손재주가 정말 좋으신 것 같았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 때도 있는데, 담원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푸근한 인상의 주인 내외분 덕분에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온 손님에게도 살갑게 말을 건네주시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담원의 천장
옛 양조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천장.

계산을 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담원 앞에는 기찻길이 놓여있었는데, 마침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었다.

담원은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었다. 영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혼자여도 괜찮아, 담원에서는. 오늘도 혼밥 성공!

담원 내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담원 내부.

참고로 담원은 하루 한정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주말에는 손님이 많으니, 예약은 필수! 그리고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근처에 무섬마을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뜨개 소품
주인 아주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뜨개 소품들.

담원에서 맛있는 돈까스를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복잡했던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담원에서의 추억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영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담원 전경
푸른 하늘 아래 자리 잡은 담원의 모습.
돈까스 전체 샷
샐러드, 밥, 낙지젓갈과 함께 제공되는 돈까스.
내부 인테리어
앤틱한 가구와 소품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 좌석
혼자 앉기 좋은 창가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붉은 열매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열매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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