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차만다’ 잠실점에 발걸음을 옮겼다. 미식 연구가로서 새로운 맛을 탐험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 특히 이곳은 영국 요리에 대한 묵직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곳이라기에 더욱 기대감이 증폭됐다. 마치 논문을 준비하는 연구자의 마음으로, 맛의 미스터리를 파헤쳐 볼 심산이었다.
문을 열자, 예상과는 다른 세련된 공간이 펼쳐졌다. 앤티크한 소품과 모던한 가구의 조화,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은 공간 전체에 아늑함을 더했다. 6년 전 방문했던 이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예전에는 영국 노포 펍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블랙 톤을 중심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다이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마치 오래된 연구실이 최첨단 시설로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랄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정독했다. 비프 웰링턴, 셰퍼드 파이, 피쉬 앤 칩스… 낯선 이름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차만다’의 시그니처 메뉴인 비프 웰링턴과, 처음 보는 ‘퀸마리 리조또’ 그리고 ‘새우 투움바 파스타’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마치 실험 설계를 마친 과학자처럼,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비프 웰링턴’. 겉은 황금빛 페이스트리로 감싸져 있고, 위에는 작은 영국 국기가 꽂혀 있었다. 마치 실험 결과를 자축하는 깃발처럼 앙증맞았다. 나이프를 들어 조심스럽게 자르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단면이 드러났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페이스트리는 버터의 풍미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 안에는 촉촉한 소고기 안심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겉면은 갈색으로 코팅되어 있었지만 속은 미디엄 레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완벽한 온도 조절의 결과였다.
한 입 베어 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안심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씨겨자와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풍미를 더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소스였다. 깊고 풍부한 맛은 단순한 스테이크 소스를 넘어, 마치 잘 만들어진 데미글라스 소스 같았다. 소스에 함유된 글루타메이트 성분은 감칠맛을 극대화하여 미뢰를 자극했다. 이 집, 소스에도 과학을 담았구나!

다음은 ‘퀸마리 리조또’ 차례. 뽀얀 크림 소스에 큼지막한 새우와 버섯이 듬뿍 들어간 리조또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부드러운 크림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쌀알은 적당히 씹히는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소스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새우는 신선했고, 버섯은 쫄깃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은은하게 퍼지는 트러플 오일의 향이었다. 트러플 오일은 리조또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마치 미각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맛본 메뉴는 ‘새우 투움바 파스타’. 톡톡 터지는 날치알과 탱글탱글한 새우가 어우러진 파스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투움바 소스는 일반적인 크림소스보다 훨씬 진하고 매콤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그야말로 중독적인 매운맛이었다. 파스타 면은 알덴테로 삶아져, 씹을 때마다 탄력이 느껴졌다. 새우는 신선했고, 날치알은 톡톡 터지는 식감을 더했다. 투움바 소스는 파스타 면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입안에서 황홀한 맛의 향연을 펼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는 불렀지만 입안은 여전히 즐거웠다. ‘차만다’의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미각을 자극하고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영국 요리에 대한 나의 낡은 편견은 산산이 부서졌고,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차만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셰프는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둘째, 정통 영국 요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셋째, 세련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차만다’는 데이트 장소로도, 특별한 기념일을 위한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연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기념일에 이곳을 찾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돌아간다고 한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차만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모습은, 마치 숙련된 연구 조교를 보는 듯했다.
이번 ‘차만다’ 방문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미식 연구가로서의 탐구심을 충족시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낡은 편견을 깨고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기쁨, 그것은 과학자가 새로운 이론을 정립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도 같을 것이다. ‘차만다’, 이곳은 맛의 연금술이 펼쳐지는 곳이자, 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실험적인 메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