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늘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감정으로 시작된다. 이번 태백 여행 역시 그랬다. 광활한 자연과 잊지 못할 풍경들을 가슴에 담고 돌아가는 길, 마지막 만찬을 위해 신중하게 고른 곳은 황지동에 자리 잡은 한 막국수 전문점이었다. 이름은 소박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내공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자갈밭 위에 넉넉하게 마련된 주차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열 대 정도는 거뜬히 주차할 수 있어 보였다. 주차를 마치고 내리니,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듯했다. 촉촉하게 젖은 흙냄새와 풀 내음이 어우러져 싱그러움을 더했다.
식당은 야외 테이블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치 캠핑장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비닐 천막 아래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그 위로 알전구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운치가 더해졌다. 빗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식사는 그 자체로 낭만적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실내 테이블은 열 개 남짓으로, 아담한 규모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순식간에 자리가 꽉 찼고, 대기하는 손님들까지 생겨났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실내 테이블은 나무로 마감되어 있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천장에는 독특한 모양의 환풍 시설이 눈에 띄었다. 마치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막국수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닭갈비, 꼼장어, 막창 등 연탄불에 구워 먹는 메뉴들이 주를 이루었다. 닭똥집 튀김과 같은 별미도 눈에 띄었다. 언뜻 보면 막국수 전문점이라기보다는 연탄구이 전문점 같은 인상이었다.

고민 끝에 양념 닭갈비와 간장 닭갈비, 그리고 비빔 막국수를 주문했다. 닭갈비는 1인당 1인분씩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잠시 후, 연탄불이 들어오고, 숯불 위에 석쇠가 올려졌다.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밑반찬으로는 쌈 채소, 쌈무, 김치, 샐러드 등이 나왔다. 쌈 채소는 식당 옆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신선하고 싱그러웠다. 닭갈비가 나오기 전에 쌈 채소만 몇 번이나 리필해 먹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갈비가 등장했다. 양념 닭갈비는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버무려져 있었고, 간장 닭갈비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닭갈비는 연탄불 위에서 서서히 익어갔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닭갈비가 어느 정도 익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다시 구웠다. 연탄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닭갈비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양념 닭갈비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고, 간장 닭갈비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돋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닭갈비의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마치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쌈 채소에 닭갈비를 올리고, 쌈무와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짝꿍은 양념 닭갈비를 비빔 막국수와 함께 싸 먹으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극찬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맵기였다.
닭갈비를 먹던 중, 사장님께서 특별한 소스를 가져다주셨다. 마요네즈에 청양고추를 다져 넣은 비법 소스였다. 닭갈비를 이 소스에 찍어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닭갈비를 다 먹고, 비빔 막국수를 맛볼 차례였다. 막국수 위에는 김 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었고, 빨간 양념장이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막국수를 비비는 순간,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했다.

짝꿍의 조언대로, 비빔 막국수에 열무김치를 잘게 잘라 넣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아삭아삭 씹히는 열무김치의 식감과 시원한 맛이 막국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제공해 주셨다. 냉동고에서 직접 꺼내 먹는 아이스크림은 시원하고 달콤했다. 입안에 남은 매콤한 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는 느낌이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주류와 음료를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에 넣어 준다는 점이었다. 마실 만큼 꺼내 마시고, 나중에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시원한 술과 음료를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깨끗하게 관리된 화장실이 인상적이었다. 식당의 청결 상태는 음식 맛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식당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태백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맛집으로 소문난 곳 같았다. 테이블마다 지인들과 함께 온 손님들이 많아 보였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식당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다음에 태백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꼼장어와 막창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여름 저녁,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연탄불에 구워 먹는 닭갈비의 풍미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닭갈비와 막국수의 절묘한 밸런스, 그리고 마지막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여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식사였다.
돌아오는 길, 빗소리는 더욱 잦아들었다. 촉촉하게 젖은 도로 위로 붉은 노을이 번져갔다. 태백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