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 쨍한 햇볕 아래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을 내어주시곤 했는데, 그 기억이 어찌나 강렬한지 여전히 여름이면 밀면 생각이 간절하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부산 연제구,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기아할매밀면”이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푸근함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좁은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하다는 점이 무척 편리했다. 특히 점심시간(11시 30분부터 2시까지)에는 연제구에서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해 주차 단속을 유예한다고 하니, 더욱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고 깨끗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친절하게 맞이해주시는 직원분들의 모습에서부터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밀면이 주 메뉴였다. 물밀면과 비빔밀면, 그리고 만두까지. 고민 끝에 물밀면 하나와 비빔밀면 하나, 그리고 수제만두를 주문했다. 특히 이곳 만두는 직접 만든다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를 둘러보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밀면과 만두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먼저 물밀면의 비주얼에 감탄했다. 뽀얀 육수 위에 얹어진 붉은 양념장과 채 썬 오이, 그리고 노란 계란 고명이 조화로운 색감을 자랑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니, 온몸이 짜릿해지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더위가 순식간에 가시는 듯했다. 면은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에 가까웠다. 마치 냉면의 당면을 소면으로 바꾼 듯한 느낌이랄까. 밀면 특유의 단짠매콤한 맛은 강하지 않았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칠맛이 매력적이었다. 기본 양념에 식초나 겨자를 살짝 추가하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비빔밀면을 맛봤다.과 에서 볼 수 있듯이, 비빔밀면은 붉은 양념장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고소한 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면을 비비는 순간,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물밀면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개인적으로는 물밀면보다는 비빔밀면이 조금 더 자극적인 맛이었다. 두 가지 밀면을 번갈아 맛보며, 각자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기대했던 수제만두! 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만두피는 얇고 속은 꽉 차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직접 만든 만두라 그런지, 시판 만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밀면과 함께 만두를 곁들이니, 더욱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육수가 제공되었다. 처럼 테이블 위에 놓인 스테인리스 컵에 담아 마시는 온육수는 묘한 맛이 났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따뜻하게 속을 달래주는 느낌이 좋았다.
“기아할매밀면”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밀면처럼,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맛이 느껴졌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면의 쫄깃함이 조금 부족했고, 컵이 깨끗하지 못한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또한, , , , 에서 보이는 밀면의 모습처럼, 고명이나 양념장의 양이 조금씩 다르게 제공되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기아할매밀면”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친절한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부산에는 수많은 밀면집이 있지만, “기아할매밀면”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곳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부산 연제구의 “기아할매밀면”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밀면과 따뜻한 만두의 조합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