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이라는 이름 석 자는, 어쩐지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곤 했다. 슴슴하다 못해 밍밍하다는 평, 면을 식초에 찍어 먹는 낯선 방식 등 갖가지 이야기가 미식 경험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망설임을 앞세웠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창원에서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그 장벽을 넘어 보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창원 상남동에 위치한 ‘성산옥’. 경남 지역에서 평양냉면의 명맥을 잇고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가게 앞 주차 공간에 여유롭게 차를 댈 수 있었다. 참고) 점심시간이나 주말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 서둘러 움직인 보람이 있었다. 외관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성산옥’이라는 간판이 정갈한 글씨체로 걸려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육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이블과 의자는 나무 소재로 되어 있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고, 벽면에는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평범한 음식점 분위기라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룸이 없어 가족 단위 손님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평양냉면 전문점답게,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어복쟁반, 어복탕, 갈비탕, 육회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 직원은 물냉면을 추천했다. 슴슴한 평양냉면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는 설명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간 지인은 육회비빔밥을 주문했다. 한정 메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샘솟았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뽀얀 육수에 담긴 평양냉면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모습이었다. 면 위에는 얇게 썰린 고기 몇 점과 오이, 그리고 계란 고명이 올라가 있었다. 육회비빔밥은 갖가지 채소와 함께 붉은 빛깔의 육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평양냉면의 첫인상은 ‘심플함’ 그 자체였다. 화려한 장식이나 자극적인 색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맑고 투명한 육수에서는 깊은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살짝 들어 올려 맛을 보았다. 툭툭 끊어지는 듯한 메밀면의 질감이 독특했다. 일반적인 냉면 면발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면에서는 은은한 메밀 향이 느껴졌다.
육수를 한 모금 마셔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슴슴했다. 하지만 밍밍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과 함께, 입안 가득 시원함이 느껴졌다. 슴슴함 속에 숨겨진 깊은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은은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간이 센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테이블에는 다시마 식초가 준비되어 있었다. 직원은 면을 다시마 식초에 찍어 먹는 것을 추천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직원의 설명을 듣고 용기를 내어 면을 식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놀랍게도, 식초의 새콤한 맛이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다시마의 은은한 향과 식초의 산미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평양냉면을 먹는 동안, 지인이 주문한 육회비빔밥도 맛보았다. 신선한 육회와 갖가지 채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육회비빔밥은, 평양냉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함께,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육회는 부드럽고 쫄깃했고, 채소는 신선하고 아삭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특히, 육회비빔밥에 함께 제공되는 돼지불고기는 훌륭한 사이드 메뉴였다. 달콤 짭짤한 양념에 볶아진 돼지불고기는, 육회비빔밥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음 방문에는 어복탕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맑은 국물에 담긴 푸짐한 고기와 채소의 조화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마늘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으면 그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고 하니, 다음 방문이 더욱 기대된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은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주문을 잘못 받아 기분이 상할 뻔했지만, 직원의 재치 있는 대처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성산옥의 또 다른 매력인 듯했다. 다만, 일부 방문객들은 평양냉면의 가격이 다소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음식의 퀄리티와 서비스, 그리고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성산옥에서의 식사는, 평양냉면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슴슴함 속에 숨겨진 깊은 풍미,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독특한 질감, 그리고 다시마 식초의 조화까지. 평양냉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하나의 ‘미식 경험’이었다. 창원에서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다면, 성산옥을 방문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좋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일까. 성산옥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어복탕과 함께 평양냉면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

총평:
성산옥은 창원에서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슴슴하지만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육수,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독특한 식감, 그리고 다시마 식초의 조화는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육회비빔밥, 어복탕 등 다양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평양냉면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만족할 수 있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깔끔한 분위기는 덤이다. 창원 상남동에서 특별한 미식 경험을 하고 싶다면, 성산옥을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