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중곡동 노포 기사식당에서 맛보는 추억의 돈까스

늦은 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중곡역 맛집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끌벅적한 술집들을 지나,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낡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뽀빠이 기사식당. 24시간 불을 밝히는 이곳은,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 허기를 달래주던 바로 그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저절로 향했다.

기사식당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 테이블 곳곳에는 밤늦도록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돈까스, 보쌈, 육개장 등 소박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메뉴들이 눈에 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간판 메뉴라는 돈까스와 따뜻한 보쌈정식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식전 스프가 나왔다. 후추가 톡톡 뿌려진 크림 스프는, 어릴 적 경양식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스프의 온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스프를 음미하며 잠시 추억에 잠겨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메인 메뉴가 등장했다.

돈까스
추억을 소환하는 비주얼의 돈까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큼지막한 돈까스였다. 마치 옛날 은쟁반에 담겨 나온 돈까스는,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듯 푸짐한 양을 자랑했다. 돈까스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케첩과 마요네즈로 장식된 양배추 샐러드가 함께 곁들여져 있었다.

칼을 들어 돈까스를 써는 순간, 바삭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정석적인 옛날 돈까스의 자태.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돼지고기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얇지 않은 고기 두께에서 오는 씹는 맛도 훌륭했다.

돈까스의 자태
푸짐한 양과 완벽한 소스의 조화

돈까스와 함께 나온 샐러드도 빼놓을 수 없다. 케첩과 마요네즈가 듬뿍 뿌려진 양배추 샐러드는,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양배추와 달콤한 소스의 조합은,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추억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샐러드
케요네즈 샐러드는 돈까스의 영원한 단짝

다음으로 맛본 것은 보쌈정식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쌈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보쌈김치가 함께 나왔다. 얇게 썰어낸 보쌈은,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적절하여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돼지 껍데기에 붙어있는 털이 말끔하게 제거되어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보쌈
윤기가 흐르는 촉촉한 보쌈

보쌈김치는, 뽀빠이 기사식당만의 비법 양념으로 버무려져 깊은 감칠맛을 자랑했다. 배추보다는 무의 비율이 높아 아삭한 식감이 더욱 살아있었고, 중간중간 씹히는 배의 달콤함이 입맛을 돋우었다.

상추 위에 따뜻한 밥 한 숟갈, 촉촉한 보쌈 한 점, 그리고 매콤달콤한 보쌈김치를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다채로운 풍미는, 늦은 밤의 허기를 단숨에 잊게 해 주었다. 쌈을 다 먹고 난 후에는, 시원한 배추된장국으로 입가심을 하니 더욱 깔끔한 마무리가 되었다.

보쌈김치
보쌈의 풍미를 더하는 환상적인 김치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2인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혼밥을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고,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기사님들이나, 혼자 사는 자취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당일 것이다.

상차림
푸짐한 상차림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뽀빠이 기사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돈까스는 9천원, 보쌈정식은 1만 원으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게다가 밥과 국은 무한리필이 가능하니, 배부른 한 끼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식기류에 고춧가루 등 이물질이 간혹 묻어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보쌈김치가 다소 달다는 의견도 있었다.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뽀빠이 기사식당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은, 이곳을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이모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었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이모님은 덤으로 요구르트 하나를 건네주셨다. 따뜻한 정(情)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뽀빠이 기사식당을 나서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늦은 밤, 허기진 배를 채워준 것은 물론,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까지 선물해준 곳. 앞으로도 나는 종종 이곳을 찾아, 추억의 돈까스와 푸짐한 보쌈을 맛보며, 광진구 중곡동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되새길 것이다.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돈까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돈까스 정식
스프, 밥, 돈까스의 완벽한 조화
뽀빠이 기사식당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중곡동의 명소
뽀빠이 기사식당 외부
정겨운 분위기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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