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추억을 되살리는, 동해 무코문어에서의 문어 향토 음식 맛집 기행

배가 뱃고동을 울릴 때, 나는 묵호항에 있었다. 울릉도로 향하는 설렘과 약간의 긴장이 뒤섞인 감정. 그 사이, 텅 빈 속을 채워줄 따뜻한 무언가가 절실했다. 항구 근처를 거닐다 발견한 “무코문어 1936”.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상호와는 달리, 깔끔하고 현대적인 외관이 눈에 띄었다.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청결한 느낌이 좋았다. 마치 갓 리모델링을 마친 듯, 모든 것이 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문어국밥’과 ‘문어물회’. 두 가지 메뉴가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궂은 날씨 탓인지 따뜻한 국밥에 마음이 기울었지만, 싱싱한 해산물을 포기할 수 없어 결국 두 가지 모두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천장에는 레일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은 빈티지한 멋을 더했고, 벽면에 걸린 메뉴판은 나무 소재로 만들어져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동해안 피문어 효능 7가지’라는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피로회복, 다이어트, 시력향상, 두뇌발달, 노화방지, 성장발육… 문어가 이렇게나 몸에 좋은 음식이었나?

메뉴 안내
벽에 걸린 메뉴판과 피문어 효능 안내문.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어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 위에는 큼지막한 문어 조각과 싱싱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캬!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감쌌다. 비 오는 날씨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문어국밥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문어국밥.

문어는 어찌나 쫄깃하고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재료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후추를 살짝 뿌려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낙지연포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문어 특유의 쫄깃함과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진정한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었다.

곧이어 문어물회가 나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물회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문어와 채소, 그 위에는 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육수는 따로 제공되어, 취향에 맞게 넣어 먹을 수 있었다. 소면과 밥 한 공기도 함께 나왔다.

문어물회
새콤달콤한 문어물회.

나는 먼저 육수를 조금만 넣고 소면을 비벼 먹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쫄깃한 문어와 아삭한 채소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이 집 문어는 정말 신선했다.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소면을 먹은 후, 남은 육수를 모두 붓고 밥을 말았다. 따뜻한 밥이 차가운 물회 육수와 만나면서, 그 맛이 더욱 풍부해졌다. 밥알 사이사이 스며든 양념은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함께 먹으니,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키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살짝 망설였다. 관광지 근처 식당은 맛이 평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코문어는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10시 오픈 시간 직후에 방문해서인지, 주문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음식을 맛보는 순간 모든 불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문어국밥 근접샷
문어국밥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진.

문어국밥은 물회나 숙회를 만들고 남은 문어로 끓여주는 듯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은 해장용으로 최고였다. 문어물회 역시, 실한 문어와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푸짐함에 감동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 조금 센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피문어가 돌문어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하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직원분들이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오히려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첫인상의 불편함을 잊게 만드는 따뜻함이었다.

문어숙회와 문어국밥
문어숙회와 문어국밥의 조화.

무코문어는 묵호항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 쉬웠다. 별도의 주차 공간은 없었지만, 근처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1936년부터 이어져 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인 만큼, 다음에는 피문어 숙회도 꼭 맛보고 싶다.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피문어 숙회는 분명 잊을 수 없는 맛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묵호항에서 맛본 문어국밥과 문어물회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에 동해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무코문어에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땐 꼭 피문어 숙회를 맛봐야지!

메뉴
다양한 문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메뉴.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파도가 잔잔해 다행이었다. 무코문어에서 맛본 따뜻한 문어국밥 덕분인지, 뱃멀미 걱정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눈을 뜨니, 저 멀리 울릉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여행의 시작. 묵호항에서 맛본 문어의 기운을 받아, 울릉도에서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묵호항 맛집, 무코문어에서의 동해 미식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문어물회 근접샷
문어, 소면, 채소의 조화가 돋보이는 문어물회.
조명
식당 내부 조명.
무코문어 외관
무코문어의 깔끔한 외관.
문어숙회
싱싱한 문어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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