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마당 평상에 커다란 양푼 놓고 끓여주시던 꽃게탕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것 같아. 그 시절에는 꽃게 한 마리 맘껏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도 흔하게 먹을 수 있으니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포항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간장게장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 이름하여 ‘게도둑 간장게장’. 이름부터가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것 같은 느낌이 팍 오잖아?
가게 앞에 도착하니, 훤칠한 외관이 눈에 띄더라고. 밤하늘 아래 붉은 글씨로 빛나는 간판이 어찌나 정겹던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 주차장도 널찍해서 운전하기도 편했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깔끔하고 넓은 실내가 맞아주는데, 아주 기분이 좋았어. 마치 잘 정돈된 시골집에 들어서는 느낌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지. 간장게장, 양념게장, 꽃게찜, 꽃게알탕까지… 아, 정말이지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 역시 이럴 땐 세트 메뉴가 최고지! 게도둑 세트를 시키니, 세상에나, 간장게장, 꽃게탕, 게찜, 그리고 푸짐한 셀프바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니! 이거 완전 횡재한 기분이잖아.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역시 간장게장이었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도는 거 있지. 게딱지에 붙은 주황색 알들을 보니, 마치 보석을 보는 듯 황홀하더라니까.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 모아 따뜻한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아이고, 이 맛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 짜지도 않고 비린내도 전혀 안 나는 게, 정말 신선하구나 싶었어.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야.

양념게장도 빼놓을 수 없지. 붉은 양념이 듬뿍 발린 게장을 한 입 베어 무니,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식욕을 확 돋우는 거야. 맵기만 한 게 아니라, 은은한 단맛도 느껴져서 자꾸만 손이 가더라고. 혀끝을 간질이는 매콤함이 어찌나 좋던지, 정신없이 먹어치웠지 뭐야.
꽃게탕은 또 어떻고.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만 봐도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야. 국물 한 숟갈 뜨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어. 꽃게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에, 각종 채소와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내더라고. 특히, 칼국수 사리 넣어 먹으니, 이야… 이건 정말 천상의 맛이야.

게찜도 정말 예술이었어. 갓 쪄낸 따끈따끈한 게찜을 보니, 어릴 적 할머니가 쪄주시던 게가 생각나더라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뚜껑을 열어보니, 뽀얀 속살이 가득 차 있는 거 있지. 살을 발라 먹으니, 입에서 스르륵 녹는 듯 부드러웠어. 어찌나 달콤하던지, 정말 꿀맛이 따로 없더라.
게다가 이 집은 샐프바도 아주 훌륭해. 닭강정, 김치전, 계란후라이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게장을 못 먹는 아이들과 함께 와도 걱정 없겠더라고. 따끈하게 구워낸 김치전은 어찌나 맛있던지, 몇 번이나 가져다 먹었는지 몰라. 그리고 닭강정! 이거 완전 닭강정 맛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야.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닭강정에 쏙 배어 있어서, 정말 멈출 수 없는 맛이었어.

특히 좋았던 건, 계란후라이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것처럼, 기름 두른 팬에 계란을 탁 깨뜨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참 좋더라.
마지막으로 뻥튀기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니,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어.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바삭한 뻥튀기의 조화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지.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사 먹던 그 맛 그대로야.

게다가 사장님 인심이 어찌나 좋으신지, 부족한 게 없는지 계속 살피시고, 설명도 어찌나 친절하게 해주시던지.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손주를 맞이하는 할머니 같았어. 덕분에 더 편안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지.
참, 여기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그런지, 모든 게 다 깔끔하고 깨끗하더라고. 식기 하나, 테이블 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느껴졌어. 그리고 주차 공간도 넉넉해서, 차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더라.
솔직히 말해서, 포항에서 간장게장 먹을 생각은 전혀 못 했는데, 여기 와서 정말 인생 간장게장을 만난 것 같아. 여수에서 먹었던 게장보다 훨씬 맛있다고 하면 믿으려나? 가격도 착하고, 음식도 푸짐하고, 사장님 인심까지 좋으니, 이 어찌 칭찬을 안 할 수가 있겠어.
다음에 포항에 또 오게 되면, 무조건 여기 다시 들를 거야. 그때는 부모님 모시고 와서, 맛있는 간장게장 실컷 먹여드려야지. 아, 그리고 암꽃게 들어오는 날 맞춰서 와야겠다. 암꽃게 알이 얼마나 꽉 차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거 있지.

혹시 포항 여행 계획이 있다면, 아니, 포항 근처에 볼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봐. 후회는 절대 안 할 거야. 장성동 게도둑 간장게장, 내가 강력 추천하는 포항 맛집이야! 잊지 마, 게.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