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이 간절해 발길 닿은 곳은 울산의 한 냉면집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 ‘물참면옥’은 외관부터 정갈함과 따뜻함이 묻어났다. 오래된 듯하지만 정갈하게 가꿔진 나무 외벽과 울창한 화분들이 마치 잘 가꿔진 정원에 들어서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훈훈한 직원분의 친절한 인사가 나를 맞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점심시간이었지만, 마치 단골을 대하듯 따뜻한 미소와 함께 안내받은 자리에 앉았다. 북적이는 소리 속에서도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편안함을 더했고, 은은한 조명은 식사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수많은 방문객들의 찬사가 담긴 리뷰들처럼, 이곳에는 독특하고 특별한 메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백비냉’과 ‘물참면’. 평범한 냉면과는 차원이 다른, 이곳만의 특허받은 메뉴라니 호기심이 절로 일었다.
망설임 없이 ‘백비냉’과 ‘물참면’을 주문하고, 곁들임 메뉴로 ‘왕만두’도 함께 청했다. 곧이어 나온 음식들은 눈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먼저 맛본 것은 ‘백비냉’. 하얀 국물 위에 고소하게 볶아진 견과류와 흑임자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그 위에 짙은 녹색의 부추와 삶은 계란, 그리고 얇게 썬 편육이 조화롭게 얹혀 있었다. 비주얼만으로도 이미 압도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졌다는 얇고 투명한 면발이 고운 자태를 뽐냈다.

첫 입을 맛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까 싶었다. 쨍한 차가움 사이로 퍼져 나오는 깊고 부드러운 고소함. 들기름과 견과류의 풍미가 입안 가득 번지며 마치 고소한 샐러드를 먹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새콤하거나 자극적인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과일의 단맛과 멸치볶음에서 느껴지는 듯한 깊은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텁텁함 하나 없이 깔끔하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이 맛은 정말이지,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려운 매력을 지녔다. 특히 들기름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백비냉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어서 ‘물참면’을 맛보았다. ‘물참면’은 이름 그대로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 메뉴였다. 붉은 양념이 춘권피처럼 얇은 면발을 감싸고 있었고, 그 위에는 오이채와 무 절임, 그리고 삶은 계란이 올려져 있었다. 국물은 맑고 투명했지만, 묘하게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새콤달콤한 맛을 예상했지만, ‘물참면’은 한결같이 삼삼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흔히 맛보는 냉면과는 다른,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 없는 맛이었다. 맵기보다는 오히려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백비냉의 고소함과는 또 다른 매력, 입맛을 돋우는 산뜻함이 있었다. 두 메뉴를 번갈아 먹으니 서로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백비냉의 묵직한 고소함과 물참면의 산뜻한 개운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주문한 ‘왕만두’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두툼한 크기만큼이나 속이 꽉 찬 만두는 갓 쪄내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 입 베어 물자, 부드러운 만두피 속에서 육즙 가득한 소가 풍부한 맛을 선사했다. 냄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조리된 만두 속은 신선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특히 ‘물참면’의 육수에 만두를 넣어 먹으니, 촉촉함과 깊은 맛이 더해져 또 다른 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그릇을 비울 무렵, 직원분께서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으셨다. 바쁜 와중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훈훈해졌다. 처음 방문했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메뉴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매력을 지녔다. ‘백비냉’의 깊고 풍부한 고소함은 잊기 힘든 첫사랑처럼, ‘물참면’의 산뜻하고 개운한 맛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친구처럼.
양이 조금 아쉽다는 평이 있었지만, 두 메뉴를 번갈아 먹고 만두까지 곁들이니 꽤 든든했다. 하지만 더 많이 먹고 싶은 마음에 사리 추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특별하고 정성스러운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었다.
‘물참면옥’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여름이 오면 다시금 생각날 것 같은, 그 고소함과 개운함이 가득한 맛. 울산에 방문한다면, 혹은 특별한 냉면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겨울철에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만큼 여름철에 더욱 진한 존재감을 뽐내는 듯했다. 곧 다가올 여름,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 특허받은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