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은 늘 촉박하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밥심이 필요한 날이었다. 꽉 막힌 도심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마침 동료가 “건강한 음식으로 몸보신 좀 하자”며 [지역명]에 숨겨진 보양식 맛집을 추천했다. ‘매운통’이라는 상호부터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갔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이곳은 번화한 시내와는 다른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건물 앞에 펼쳐진 푸르른 나무와 잔디, 그리고 평상형 좌석들은 마치 도심 속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도착했을 때 웨이팅은 없었다. 하지만 점심 피크 시간을 조금만 벗어나거나, 주말에 방문한다면 미리 전화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부는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다른 테이블 신경 쓰지 않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라 직장인 손님들이 꽤 많았지만, 소란스럽기보다는 차분한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혼자 와서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역시나 여럿이 와서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기에도 더없이 좋아 보였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한방오리백숙과 삼계탕이 주력 메뉴인 듯했다. 그 외에도 한방오리주물럭, 한방오리탕 등 다양한 오리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한방오리백숙’. 두 명이 방문했기에 한 마리는 많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이곳에는 ‘반 마리’ 메뉴도 따로 있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점심 식사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주문 후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차려졌다. 직접 만든 듯한 정성 가득한 반찬들은 하나같이 맛깔스러웠다. 김치, 깍두기, 장아찌류 등 익숙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반찬들은 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일부 품목은 쇼핑몰에서도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만든다는 의미겠지.
드디어 메인 메뉴인 한방오리백숙이 나왔다. 커다란 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진한 한약재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푹 익혀진 오리는 부드럽게 살이 발라졌고, 국물은 여러 가지 한약재가 어우러져 깊고 진한 맛을 냈다. 마치 건강해지는 느낌이 절로 드는 맛이었다. 억지로 만든 듯한 인공적인 맛이 아니라, 속부터 편안해지는 자연의 맛이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물도 그냥 수돗물이 아닌, 약초를 우려낸 물을 제공한다. 이러한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가 ‘건강’이라는 컨셉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식사 후 디저트로 나온 식혜 역시 직접 만든 것인지, 달콤하면서도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화장실이었다. 1층에 위치한 화장실은 주변 환경 때문인지 벌레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쓴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맛과 분위기는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을 주고 싶을 만큼 훌륭했다.
점심시간은 보통 정신없이 지나가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마치 시간을 잊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촉박한 점심시간에도 빠르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조리 시간도 적절했고, 메뉴 자체도 혼잡한 시간에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매운통’에서의 한방오리백숙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타임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동료들과 함께 와서 삼계탕이나 주물럭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