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불던 날, 따스한 국물과 든든한 한 끼가 간절했던 나는 오랜만에 세종으로 향했다. 대전엔 없는 곳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 바로 ‘선식당’ 말이다. 그곳에 가면 항상 ‘믿고 먹는’다는 확신이 드는데, 이번 방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차 걱정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다. 가게 바로 뒤편 도로변에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이라면 행복이었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과 함께 고소한 볶음밥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마다 놓인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역시나 가격대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기본 만원에서 만이천원 사이. 이 가격에 양까지 푸짐하다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올랐다. 4인 가족이 세 가지 메뉴를 시켜도 충분히 배부르다는 평이 자자했던 터라, 어떤 조합으로 나를 만족시킬지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처음 주문한 메뉴는 바로 볶음밥. 갓 지은 밥알 하나하나에 고슬고슬한 식감이 살아있고, 각종 채소와 짭조름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밥알 사이사이에 보이는 앙증맞은 콩나물과 파릇한 채소들이 신선함을 더했고, 톡톡 뿌려진 참깨는 고소함에 방점을 찍었다. 마치 셰프의 손길이 닿은 듯 정갈하면서도 풍성한 비주얼은 눈으로 먼저 먹게 만들었다.


한입 맛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텐션이 확 올라왔다.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살아있어 씹을수록 맛의 풍미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밥을 볶을 때 느껴지는 불맛이 은은하게 배어들어, 단순한 볶음밥 이상이었다. 게다가 넉넉하게 들어있는 숙주나물은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었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 되는 참깨의 조화는 완벽했다. 볶음밥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다시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등장한 스테이크 샐러드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신선한 채소 위에 두툼하게 썰린 스테이크가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고, 그 위를 덮은 하얀 크림치즈(?)와 고소한 견과류는 화룡점정이었다. 짭조름하게 구워진 스테이크는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샐러드 채소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 없이 산뜻함까지 더해졌다.

또 다른 메인 메뉴는 바로 탕수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옷의 정석을 보여주는 비주얼이었다. 새콤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나왔는데, 튀김옷의 바삭함이 살아있도록 바로 붓는 것이 좋다는 팁을 얻었다. 탕수육 소스는 과하게 달거나 시지 않고, 새콤한 맛과 단맛의 균형이 절묘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속살은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씹을수록 풍미를 뿜어냈다. 볶음밥과 탕수육의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했다. 볶음밥의 짭짤함과 탕수육의 새콤달콤함이 서로를 보완하며 입맛을 계속 돋웠다.

이 외에도 스파게티,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를 함께 시켜 먹으면 더욱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딱 맞았다. 실제로 우리 테이블에서도 몇몇 메뉴가 더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봉골레 파스타였다. 쫄깃하게 삶긴 파스타면에 신선한 조개가 가득 올라가 있었고, 올리브 오일과 마늘의 향긋함이 코끝을 자극했다. 조개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이 파스타면에 스며들어 깊은 감칠맛을 더했다.


정말이지, 4인 가족이 메뉴 세 개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양이 어마어마하게 푸짐해서, 조금씩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패밀리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다양한 메뉴를 시켜 놓고 나눠 먹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근처 커피숍에서 달콤한 후식까지 즐기며 완벽한 런치 타임을 마무리했다. 특히 요즘처럼 주변에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계절에는 더욱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배부르게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전에서 세종까지 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았지만, 이 정도의 맛과 양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가족 외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이곳. 다음에 또 세종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발걸음 할 것이다. 그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넉넉한 인심이 또 나를 기다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