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동료들과 함께 뭘 먹을까 고민하다 늘 그렇듯 ‘오늘 뭐 먹지?’ 딜레마에 빠졌다. 회의도 길었고, 처리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 뇌는 이미 방전 직전이고, 허기진 배를 채워줄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가 절실했다. 흔한 메뉴보다는 뭔가 특별하면서도 속이 편안해지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얼마 전 동료가 추천해줬던 태백의 한식 맛집, ‘길식당’을 떠올렸다. “거기 곤드레나물밥이랑 청국장이 그렇게 맛있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점찍어 두었던 곳. 오늘은 이곳에서 점심시간의 짧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기로 결정했다.
점심시간은 직장인에게 성스러운 시간. 하지만 요즘처럼 인기 있는 식당은 12시 정각에 가도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이른 11시 30분쯤 식당에 도착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다행히 우리가 첫 손님인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잘 정돈된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하얀 벽과 따뜻한 조명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테이블 간격도 넉넉해서 다른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우리는 곤드레나물밥과 청국장, 그리고 감자전을 주문했다. 동료 중 한 명은 오징어볶음이 포함된 정식을 먹고 싶어 했지만, 점심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메뉴 위주로 선택했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세팅되기 시작했다. 김치, 멸치볶음, 장아찌 등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을 보니, 역시 이곳이 ‘엄마 손맛’이라는 평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것이 인상 깊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곤드레나물밥.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곤드레밥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먹음직스러웠다. 밥 위에 푸짐하게 올라간 곤드레 나물이 싱그러운 초록빛을 띠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밥을 덜어내고 그릇 바닥에 남은 누룽지를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곤드레 특유의 향긋함과 밥알의 찰기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기분 좋은 풍미를 선사했다.


함께 주문한 청국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흔히 떠올리는 쿰쿰한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콩의 풍미가 진하게 우러나와 밥 한 숟갈에 쓱쓱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밥 없이 숟가락으로만 떠먹어도 짜지 않고 부드러워 자꾸만 손이 갔다. 된장찌개처럼 끓여내지만, 청국장만의 특별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메인 메뉴와 함께 나온 감자전도 훌륭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두툼하게 썰어 넣은 감자가 씹을수록 고소함을 더해주었고, 적당한 간 덕분에 젓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지만, 점심시간이라 아쉬움을 삼켰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넉넉한 인심과 친절함이다. 식당 사장님 내외분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마치 집에서 식사하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손님들에게는 더 신경 써주시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쯤, 따뜻한 숭늉까지 서비스로 받았다. 구수한 숭늉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며 식사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사실 처음 방문한 식당은 ‘맛’도 중요하지만, ‘회전율’이나 ‘혼잡도’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점심시간은 짧기에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번잡해서 식사에 집중하기 어려운 곳은 피하고 싶기 마련이다. ‘길식당’은 우리가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12시 이후에는 손님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의 웨이팅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함께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에도 좋았고,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특히 이곳은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곤드레의 싱그러움, 청국장의 깊고 구수한 맛, 그리고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은 모든 음식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었다. ‘양도 많다’는 리뷰를 봤었는데, 실제로 우리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의 양도 충분했다. 곤드레나물밥과 청국장, 감자전까지 먹고 나니 배가 든든했다.
태백 지역은 눈 조각 대회나 태백산 등 관광지가 많아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런 만큼 현지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길식당’은 그런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엄마 손맛’이라고 표현되는 정갈하고 건강한 집밥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도 꼭 맛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황태정식이나 불고기, 제육볶음 등 다른 메뉴들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짜지 않고 안 달고, 옛날 친정 엄마가 해주신 집밥 같다’는 리뷰들을 보며, 이곳은 언제 와도 변함없이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을 선사해줄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태백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점심시간에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를 원한다면 ‘길식당’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