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 숨은 고수, 연탄불 향 가득한 60년 전통 고깃집 탐방

어느 맑은 날, 바람 쐴 겸 정처 없이 동해안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왁자지껄한 강구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죽변항 근처를 걷던 중, 좁은 골목길 모퉁이에서 왠지 모르게 발길이 멈춰 섰습니다. 허름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외관, 그리고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 6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이 식당에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가게 앞을 서성이며 낡은 간판과 오래된 나무 문짝을 바라보았습니다. 벽면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그 옆에는 빽빽하게 적힌 메뉴판이 세월의 더께를 입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코끝을 훅 치고 들어오는 연탄불 향이 강렬했습니다. 짙은 나무 질감의 벽과 오래된 가구들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연탄불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
가스레인지 대신 연탄불 위에서 정성껏 구워지는 고기가 먹음직스럽습니다.

가게 안에는 이미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벽면 가득한 블루리본들이 이 집의 오랜 명성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도 소개되었을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천천히 훑어보았습니다. 대표 메뉴는 역시 차돌박이와 삼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노포인 만큼, 다른 메뉴들도 곁들이기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처음에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한지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이 점은 혼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여럿이 함께 방문한다면 푸짐하게 즐기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가장 대표 메뉴인 차돌삼합 3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얇게 썰린 차돌박이와 신선한 관자,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갓김치가 함께 나왔습니다. 갓김치는 가게에서 직접 숙성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연탄불 위로 고기를 올리자, ‘치익’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가게 내부와 샹들리에
독특한 샹들리에와 함께 옛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고기를 굽는 동안, 함께 나온 밑반찬들을 맛보았습니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습니다. 특히 갓김치와 함께 곁들여 먹었던 부추 무침은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고,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마치 집에서 정성껏 차려준 밥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고기
연탄불 화력이 좋아 고기가 빠르게 익으며 풍미를 더합니다.

드디어 잘 구워진 차돌박이와 관자, 그리고 갓김치를 한 점씩 맛보았습니다. 연탄불에 구워져 숯 향이 배어든 차돌박이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쫄깃한 관자와 새콤한 갓김치가 어우러지니 환상의 궁합이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것을 넘어, 마치 오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푸짐하게 차려진 반찬과 고기
다양한 밑반찬과 함께 푸짐하게 즐기는 고기 한 상 차림입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직원분들의 친절함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웃는 얼굴로 필요한 것을 챙겨주시고, 고기를 굽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특히 어르신 손님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식당답게,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집게로 집어 올린 고기 한 점
연탄불에 잘 구워진 차돌박이 한 점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된장찌개가 서비스로 나왔습니다.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는 고기로 든든하게 채운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었습니다. 찌개 안에 들어있는 두부와 채소들도 푸짐해서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웠습니다. 한 분이 “된장찌개가 정말 정말 맛있었다”고 표현했을 만큼, 이곳의 된장찌개는 별미 중의 별미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입안 가득 퍼지는 연탄불 향과 함께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추억과 함께해 온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60년 전통의 맛과 정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평소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객이라면, 이 집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다음에도 죽변을 다시 찾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 골목길 안쪽의 ‘진해식당’을 다시 찾을 것 같습니다. 60년의 세월만큼이나 깊고 진한 맛,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동네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