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낡은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이름마저 묘한 카페 ‘고양이똥’. 디지털로는 담을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 계양의 숨겨진 보석 같은 그곳으로 향했다.
계양역에서 내려 10분 남짓 걸었을까. 도시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대신 정겨운 시골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낡은 담벼락, 푸른 논밭,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풀벌레 소리.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카페는 예상대로, 낡은 주택을 개조한 모습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오히려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1층과 2층, 야외 테라스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각 공간마다 개성이 넘쳤다. 앤티크 가구와 소품, 은은한 조명,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빛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잘 꾸며진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아메리카노, 아인슈페너, 청귤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와 티라미수, 프렌치토스트 등 디저트 메뉴가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아메리카노와 아인슈페너, 그리고 이곳의 베스트 메뉴라는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가 나왔다. 쟁반 위에 놓인 모습마저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먼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 없이 깔끔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잘 볶은 원두를 섬세하게 내린 듯한,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이어서 아인슈페너를 맛봤다. 쫀쫀하고 달콤한 크림이 쌉쌀한 커피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크림의 질감이 얼마나 쫀쫀한지, 마치 구름을 삼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기대했던 티라미수는 흔히 보던 비주얼과는 달랐다. 빵 시트 위에 크림이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그 크림이 정말 특별했다. 달지 않으면서도 쫀쫀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마치 고급스러운 수제 치즈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페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80년대생인 나에게는 카페 곳곳의 모습이 마치 옛날 양옥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했다. 낡은 문틀, 빛바랜 벽지, 옥상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까지, 모든 것이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낡은 창틀은 마치 액자처럼, 푸르른 나무와 하늘을 담아내고 있었다.
카페 뒤편에는 밤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작은 정원에는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바람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풍경을 바라봤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비교적 한산했다. 덕분에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끔 근처 관공서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듯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이었다. 다들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거나, 혹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카페 안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낡은 카메라, 빛바랜 사진, 오래된 책, 그리고 앙증맞은 고양이 인형까지. 마치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듯했다. 가게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 고양이가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카페는 계양구 외곽의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심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자연의 소리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마치 나만의 비밀 아지트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주말마다 이곳에 와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메뉴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커피 맛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멋진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가격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은 친절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기계적인 느낌이었다.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했지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친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바쁜 시간대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 더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응대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를 나서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조금만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다. 낡은 주택, 푸른 정원, 그리고 은은한 커피 향. 모든 것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귓가에는 여전히 풀벌레 소리가 맴돌았다. 손에는 따뜻한 커피 향이 남아 있었고, 마음속에는 평온함과 여유가 가득했다. 계양 ‘고양이똥’, 그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힐링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추억을 가슴속 깊이 새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