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서 제대로 된 ‘맛’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정. 이번 목적지는 장승배기와 노량진 사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어느 골목길에 자리 잡은 ‘운봉산장’이었다. 간판에는 ‘참숯불 양고기 전문’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노포의 아우라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겉모습은 평범한 식당이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가 얼마나 특별할지 기대하며 문을 열었다.
예약은 필수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며칠 전부터 전화기를 붙잡고 애쓴 끝에 겨우 주말 저녁 시간대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5시, 7시로 나뉜 타임제 운영은 다소 까다롭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방증이리라.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위에는 예약자 이름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고, 덕분에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헤매지 않고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양고기 수육, 양갈비, 양전골 등 다채로운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양고기 수육’.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메뉴였기에, 망설임 없이 수육 2인분과 뚝배기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샐러드, 고추된장무침, 양파절임 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고추된장무침은 신선한 고추의 아삭함과 깊은 장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평범했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식기류와 버너에서 정갈함이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콜키지 프리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와인, 위스키, 고량주 등 다양한 주종의 콜키지가 무료라는 점이 놀라웠다. 실제로 많은 테이블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술을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 평소 즐겨 마시던 와인 한 병을 가져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고기 수육이 등장했다. 은색 찜기 위에 가지런히 놓인 수육 위에는 신선한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뼈가 드러난 쪽을 살짝 들어 올리니, 부드러운 살코기가 뼈에서 스르륵 분리되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정성껏 삶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젓가락으로 수육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살코기는 마치 젤리처럼 탱글탱글해 보였다. 입안에 넣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은은한 양고기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양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질기거나 냄새나는 양고기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입에서 녹는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쌈장에 향신료를 섞은 듯한 소스는 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아삭한 양파절임과 함께 먹어도 좋았다. 특히 수육 위에 올려진 부추는 신의 한 수였다. 향긋한 부추 향이 양고기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수육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뚝배기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양고기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마치 뼈해장국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훨씬 고급스럽고 깔끔한 맛이었다. 뚝배기탕 역시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살짝 느껴졌지만,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국물과 잘 어우러졌다.

수육과 뚝배기탕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배가 어느 정도 불렀지만, 양갈비 맛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양갈비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그 위에 양갈비가 올려졌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양갈비는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깔을 뽐냈다. 어느 정도 익자, 직원분께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셨다.
양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느껴졌다. 양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함께 나온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양갈비 본연의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양갈비 역시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육의 감동이 더 컸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음식 맛은 물론, 서비스까지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조금 낡았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 화장실은 푸세식이라고 하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운봉산장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안에는 아직도 양고기의 풍미가 남아 있는 듯했다. 평소 양꼬치 외에는 양고기를 즐겨 먹지 않았던 나에게, 운봉산장은 양고기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곳이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일품인 양고기 수육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에는 꼭 와인을 챙겨와서, 수육과 함께 즐겨봐야겠다.

운봉산장은 분명 가격이 저렴한 곳은 아니다. 수육 1인분에 25,000원, 양갈비 1인분에 25,000원, 전골 中 사이즈에 40,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발걸음을 옮기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콜키지 프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 즐겨 마시던 술을 가져와서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맛있는 양고기와 함께 훌륭한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운봉산장은 예약이 필수이다. 4인 이상부터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 정책이 까다로운 편이니,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웨이팅도 가능하지만, 인기가 많은 곳이니, 웬만하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영업시간은 평일 1부 17:00 – 18:50, 2부 19:00 – 21:40, 토요일은 1부 13:00 – 14:50, 2부 17:00 – 18:50, 3부 19:00 – 21:40 이다. 일요일은 휴무이니, 방문에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운봉산장은 장승배기역과 노량진역 사이,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당신이 양고기를 좋아하거나, 특별한 양고기 요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운봉산장은 분명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양고기 수육은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 은은한 향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콜키지 프리라는 매력적인 혜택까지 더해지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운봉산장 방문기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