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그 이름만으로도 힙한 감성과 오랜 역사가 공존하는 곳. 그곳의 고가 아래, 낡은 간판을 내걸고 43년 동안 오직 ‘닭’ 하나로 자리를 지켜온 황평집을 드디어 방문했습니다. 인현동 상가 지하도의 입구 공사로 정문이 살짝 가려져 있어 자칫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그 허름함 속에 숨겨진 깊은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샘솟았습니다. 1982년 3월 개업했다는 이곳은, 2대에 걸쳐 이어져 온 시간만큼이나 진한 풍미를 간직하고 있을 터. 어르신들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젊은 손님들이 북적이는 모습에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이곳이 단순한 노포가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맛집임을 직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시간은 목요일 오후 6시 20분. 거의 막차 손님처럼 입장했는데, 곧이어 대기 줄이 생기는 것을 보니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허름한 노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에는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고 계셨어요. 낡았지만 정겨운 분위기,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희는 닭무침과 닭찜을 주문했습니다. 처음에는 닭곰탕을 주문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많은 분들이 닭무침이나 닭찜을 주문하시길래 저희도 그 흐름에 동참해 보기로 했죠. 메뉴 선택에 앞서, 닭찜이나 닭무침을 주문하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닭 육수 한 대접이 정말 푸짐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정말이지, 닭무침이냐 닭찜이냐는 마치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딜레마였달까요? 반반 메뉴가 있다면 훨씬 사랑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닭무침.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확 돋우었습니다. 쫄깃한 닭 살과 아삭한 채소들이 어우러져 끊임없이 손이 가는 맛이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양념이 조금 더 달게 느껴져서, 자칫 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늘이 듬뿍 들어간 닭곰탕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 단맛이 딱 균형을 이루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으로 나온 닭찜은 쫄깃함이 살아있었습니다. 노계여서 그런지 아주 부드러운 식감은 아니었지만, 쫄깃하게 씹는 맛이 일품이었어요. 걱정했던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닭 본연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푹 익혀진 닭은 젓가락으로 살만 발라내도 부드럽게 분리될 정도였어요.

이곳의 진가는 바로 기본으로 제공되는 닭 육수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맑고 깊은 맛의 닭 육수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별미였어요. 닭곰탕 메뉴를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는 육수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뽀얗고 투명한 국물 위로 송송 썬 파가 올려져 있어 시각적인 만족감도 더했습니다. 마치 맑은 보약 한 그릇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훌륭한 닭 육수에 공기밥을 추가해서 닭 무침이나 닭찜의 남은 살을 넣어 먹으면, 그야말로 훌륭한 닭곰탕이 완성됩니다. 따로 닭곰탕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렇게 나만의 닭곰탕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닭 살과 밥, 그리고 깊은 육수가 어우러져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창밖으로는 낡은 건물과 최신식 고층 빌딩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공존하는 을지로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죠. 간판에 선명하게 새겨진 ‘황평집 닭곰탕’이라는 글씨는 이곳의 오랜 역사와 자부심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사실 닭무침의 달콤함이 조금 아쉬웠지만, 닭찜의 쫄깃한 식감과 무엇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닭 육수의 깊은 맛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합쳐 생각해보니, 왜 이곳이 43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아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노계 특유의 쫄깃함과 깊은 풍미, 그리고 기본 육수의 퀄리티는 정말이지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보기 어려운 귀한 경험이었으니까요.

이곳은 단순히 닭 요리를 파는 곳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이야기’를 맛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낡은 간판, 북적이는 손님들,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깊은 닭 육수의 풍미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앞으로 을지로에 갈 때마다 이 진한 닭 육수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젊은 손님들이 많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의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요즘 젊은 세대의 입맛에도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닭 본연의 풍미를 살린 이곳의 요리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닭곰탕 맛집으로 유명한 만큼, 다음 방문에는 꼭 닭곰탕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닭무침과 닭찜만으로도 이렇게 만족스러웠는데,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닭곰탕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을지로의 숨은 보석 같은 곳, 황평집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