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에서 맛보았던 그 연어의 감칠맛을 잊지 못해, 서울에서 그 맛을 찾아 나섰다. 연남동 골목길, 아늑한 우드톤 인테리어의 한 연어 전문점이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2021년 제주 여행 당시, 문이 닫혀 아쉬움을 삼켰던 그곳의 분점이라니! 이건 마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은 듯한 희열이었다. 매장 문을 열자,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는 신선한 연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마치 실험실에 들어선 과학자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자리에 앉았다.
주문 전에 메뉴판을 스캔하며, 뇌는 이미 맛 분석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연어 한 판’. 그래, 오늘은 이 녀석으로 연어의 모든 스펙트럼을 탐구해 보기로 했다.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하여 특제 소스로 마리네이드했다는 흑돼지 덮밥도 추가했다. 실험에는 언제나 대조군이 필요한 법이니까. 주문 후, 20분에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기다림마저 실험의 일부. 숙성되는 시간 동안, 연어의 풍미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잠시 후, 직원분이 제주 위트 에일 생맥주를 가져다주셨다. 황금빛 액체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흰 거품.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미각을 더욱 자극하는 법. 한 모금 들이켜니, 은은한 감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탄산의 청량감이 미뢰를 깨우고, 쌉쌀한 홉의 풍미가 미각을 자극했다. 그래, 이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미각 실험을 위한 완벽한 준비 운동이다.
드디어, ‘연어 한 판’이 등장했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연어의 향연이었다. 붉은색, 주황색, 분홍색… 색깔만으로도 연어의 다양한 부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산 생연어는 아스타잔틴 함량이 높아 특유의 붉은 빛깔을 뽐내고 있었고, 숙성 연어는 단백질 분해 효소의 작용으로 더욱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했다. 플레이팅 또한 예술이었다. 마치 잘 짜여진 과학 논문처럼, 연어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였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생연어부터 공략했다. 윤기가 흐르는 표면은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차가운 온도가 혀를 감쌌다. 곧이어, 지방의 고소함과 단백질의 담백함이 폭발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입 안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듯한 황홀경이었다. 연어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pH 농도, 숙성 시간, 보관 온도…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제어된 결과였다.
다음은, 숙성 연어 차례. 겉면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했다. 숙성 과정에서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증가하여 감칠맛이 극대화되었다. 혀는 미뢰를 통해 이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뇌는 즉각적으로 ‘맛있다’라는 신호를 보냈다. 숙성 연어는 생연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같은 악기를 다른 연주자가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구운 연어 초밥은 또 다른 차원의 맛을 선사했다. 토치로 표면을 살짝 구워,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켰다. 160도에서 진행되는 이 화학 반응은 연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텍스처를 만들어낸다. 입안에 넣는 순간, 은은한 불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숯불 향은 연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연어 한 판’에는 연어 꼬리 구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날은 꼬리가 모두 소진되어 몸통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연어 몸통 구이 역시 훌륭한 맛을 자랑했으니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고소한 지방과 담백한 살코기의 조화는, 마치 잘 조율된 악기처럼 완벽했다.

이번에는 흑돼지 덮밥을 맛볼 차례. 특제 간장 소스에 절였다는 흑돼지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짭짤한 간장 베이스는 흑돼지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함께 제공된 마늘 후레이크는 바삭한 식감과 알싸한 풍미를 더했다. 흑돼지 덮밥은 연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덮밥과 함께 나온 장국 또한 놓칠 수 없는 맛이었다. 은은한 멸치 향과 시원한 무의 조화는,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 전에 악기를 조율하는 것처럼, 다음 맛을 위한 준비를 하는 듯했다. 장국은 단순한 곁들임 음식이 아니었다.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조연이었다.

다음에는 새우튀김 우동을 맛볼 차례. 갓 튀겨낸 새우튀김은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새우는 탱글탱글했다. 튀김 과정에서 기름 온도를 정확하게 제어하여, 튀김옷에 과도한 기름이 흡수되지 않도록 했다. 우동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했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는 감칠맛이 풍부했다. 우동 면발은 쫄깃하고 탱탱했다. 면의 글루텐 함량과 숙성 시간을 최적화하여, 완벽한 식감을 만들어냈다.
계산을 마치고 나니, 직원분께서 후식으로 귤을 하나 건네주셨다. 제주도에서 직접 가져온 귤이라고 했다. 상큼한 귤은 입 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마치, 실험 결과 보고서의 결론처럼, 완벽한 마무리였다. “오늘 실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속으로 외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연남동 골목길,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신선한 연어. 애월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맛집이었다. 연인과 함께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다음에는 꼭 초밥을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제주 위트 에일 생맥주도 잊지 말고 주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