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촌에서 약속이 잡혔다.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를 물색하던 중, 문득 한 친구가 강력 추천한 소고기집이 떠올랐다. 안양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 ‘한 맛’이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차가운 도시의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한 맛’은, 겉모습부터 범상치 않았다. 붉은색 지붕과 검은색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그 위에는 큼지막하게 ‘한 맛’이라는 글자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1982라는 숫자가 새겨진 건물 외관은 이 곳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주차는 건물 앞 전용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주택가에 위치한 탓에 진출입이 다소 복잡했지만, 넉넉한 주차 공간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을 간지럽히는 고소한 냄새는, 이미 나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은은한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면에는 벚꽃 그림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어 화사함을 더했다. 오랜 세월의 흔적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한우 전문점답게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새우살, 살치살, 꽃등심…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친구의 추천을 받아 새우살과 꽃등심을 주문하기로 했다. 곁들임 메뉴로 비빔국수와 볶음밥도 추가했다.
주문이 끝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김치, 오이소박이, 감자샐러드,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오이소박이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샐러드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치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듯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며 담소를 나누는 사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새우살이 등장했다. 선홍빛 마블링이 섬세하게 박혀있는 새우살의 자태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마치 고급스러운 보석을 보는 듯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곧이어 큼지막한 돌판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달궈진 돌판 위로 지방 덩어리를 가져와 기름칠을 시작하니,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참을 수 없는 식욕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새우살을 돌판 위에 올렸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표면이 익어갔다. 핏물이 살짝 올라올 때쯤 뒤집으니, 노릇노릇한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심스럽게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이었다. 얇지만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마치 천상의 맛을 경험하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했다.

새우살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음 타자는 꽃등심이었다.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꽃등심은,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풍부한 육즙과 진한 풍미는,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꽃등심 역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입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고기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된장찌개도 함께 즐겼다. 게다리와 해물,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다. 특히, 강된장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밥을 말아 뚝딱 해치우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비빔국수가 나왔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비빔국수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면이 다소 불어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에는 밥을 먹는 걸로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고기와 김치, 야채를 넣고 볶아 만든 볶음밥은,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돌판에 눌어붙은 밥알을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말이지,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니, 사장님께서 직접 식혜를 가져다주셨다. 시원하고 달콤한 식혜는,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지막까지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한 맛’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훌륭한 품질의 소고기, 정갈한 밑반찬,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기를 직접 구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손님들도 있을 것 같다. 또한, 환풍 시설이 다소 부족한 탓에 옷에 고기 냄새가 많이 배는 것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맛’은 안양 일대에서 손꼽히는 소고기 맛집임에 틀림없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유지해온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특별한 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여, 최고급 한우를 맛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한 맛’을 나서며, 나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물론,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부모님께서도 ‘한 맛’의 훌륭한 맛과 따뜻한 정에 감동하실 것이다.
안양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 맛’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40년 전통의 깊은 맛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 지갑은 두둑하게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자.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니까.

‘한 맛’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안양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나의 안양 맛집 여정은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