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역시 예상치 못한 맛집 발견에 있는 것 같다. 이번 밀양 여행도 그랬다.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좁은 골목길 안쪽에 숨어있는 노포 한 곳을 발견했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는 ‘명동식당’. 낡은 간판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오늘도 혼밥 성공!

문을 열고 들어서니, 꼬릿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솔직히 처음엔 살짝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 냄새,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고 정겨운 느낌도 들었다. 마치 할머니 집에서 맡았던 냄새랄까.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은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워낙 편안한 분위기라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보니, 돼지국밥, 순대국밥, 섞어국밥 등 다양한 국밥 종류가 있었다. 가격도 착하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옛날 가격 그대로인 듯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섞어국밥을 주문했다.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뽀얀 국물에 부추와 다진 양념이 듬뿍 올라간 섞어국밥과 함께,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마늘 등 다양한 밑반찬이 나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싱싱한 풋고추였다. 4개나 주시다니, 인심이 후하다.

일단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진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맑으면서도 은근히 풍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 돼지 특유의 잡내가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냄새가 국물의 깊이를 더해주는 듯했다. 돼지국밥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 육향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마치 똠얌꿍처럼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국밥 안에 들어있는 고기는 정말 푸짐했다. 머릿고기를 포함한 다양한 부위가 들어있었는데, 고기향이 진하고 두툼했다. 씹는 맛도 좋고, 육즙도 풍부했다. 특히 맘에 들었던 건, 쫄깃한 식감의 내장이었다. 잡내 없이 깔끔했고, 국물과 잘 어울렸다. 혹시 내장을 못 먹는 사람이라면, 살코기 국밥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밥을 말아서 김치,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이 집 김치가 예술이다. 적당히 익어서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국밥과의 조합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풋고추도 하나씩 씹어 먹으니, 매콤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줬다.

정신없이 국밥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툭, 하고 물잔을 놓아주셨다. 무뚝뚝한 표정이셨지만, 정겨움이 느껴졌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투박한 분위기가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점이 좋았다.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랄까.

국밥을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넉넉한 양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할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어, 그래”라고 답하셨지만, 왠지 모르게 웃고 계신 것 같았다.
‘명동식당’은 정말 인생 돼지국밥 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솔직히 처음엔 냄새 때문에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들어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양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단,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돼지국밥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다음에 밀양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서 이번에는 수육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