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뭘 먹을까 늘 고민하는 혼밥족의 마음을 아는 듯, 오늘은 성북동의 한 칼국수집을 찾았다. 간판에는 ‘성북동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이곳은 예전부터 성북동 주민들 사이에서, 아니 서울 전체에서 손꼽히는 칼국수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고 들었다. 여러 성북동 스타일의 칼국수집을 다니며 비교해봤지만, 역시 원조 격인 이곳, 성북동집의 고급진 고기 육향 가득한 육수 맛은 잊을 수가 없다는 주변 이야기들이 귀에 맴돌았다. 혼자라도 괜찮냐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곳. 나처럼 혼자 식사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나무 테이블이 어우러진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북적이는 점심시간이었지만, 다행히 혼자 온 나를 위한 자리가 금세 마련되었다. 테이블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각자 식사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전혀 눈치 보이지 않았다. 벽에는 가게의 역사처럼 보이는 흑백 사진 액자가 걸려 있었고, 메뉴판에는 정겨운 글씨체로 음식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제일 먼저 눈길이 간 것은 역시나 곁들임 찬이었다. 칼국수에는 역시 김치가 빠질 수 없지. 이곳에서는 두 종류의 김치가 나온다고 했다. 하나는 새콤달콤한 열무김치, 다른 하나는 건고추를 물에 불려 갈아 넣는다는 겉절이김치였다. 기대감을 안고 앞접시에 조금 덜어 맛을 보았다. 겉절이는 갓 무쳐낸 듯 신선하면서도 적당히 숙성된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열무김치 역시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두 가지 김치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칼국수, 만둣국, 칼만둣국, 고기만두, 김치만두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가격대는 12,000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요즘 물가에 적당한 편이었다. 하지만 일부 리뷰에서는 가격이 조금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그래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칼국수와 만두라고 하니, 오늘은 칼국수와 만두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칼만둣국’을 주문하기로 했다. 특히 ‘칼만둣국’은 혼자 와도 눈치 보지 않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라 더욱 좋았다.

잠시 후, 주문한 칼만둣국이 나왔다. 기대했던 대로 뽀얗고 진한 국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물 위에는 얇게 썰린 호박 고명이 얹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정성스럽게 썰어낸 칼국수 면발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큼직한 왕만두 두 개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다른 가게들처럼 특별한 고명이 화려하게 올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담백하고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인공적인 맛이나 과한 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우 마구리뼈를 푹 고아냈다는 육수는 은은하면서도 깊은 고기 육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맑고 담백한 국물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혀끝을 감도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마치 집에서 정성껏 끓여낸 듯한 건강한 느낌이었다. 뽀얀 사골 육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음은 면발 차례였다. 직접 제면해서 손으로 썰어낸 면발이라더니, 굵기가 제각각이었다. 굵은 면발은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얇은 면발은 국물을 머금어 부드러운 맛을 더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면발의 쫄깃함과 국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면치기를 몇 번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만두를 맛볼 차례였다. 칼만둣국에 나오는 만두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반반 섞어 달라고 요청했다. 만두 피는 얇으면서도 쫄깃했고, 속은 두 가지 맛으로 꽉 차 있었다. 고기만두는 잡내 없이 담백하면서도 육즙이 풍부했고, 김치만두는 적당한 새콤함과 아삭한 김치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특히 김치만두 속의 김치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어떤 리뷰에서는 만두 피가 떡처럼 되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맛본 만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만두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따뜻하고 든든한 포만감이 밀려왔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재료의 신선함과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맛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뿌듯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다른 성북동 칼국수집들도 맛있었지만, 이곳 성북동집만의 깊고 깔끔한 고기 육수 베이스의 칼국수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는 점이다. 가게 앞에 3~4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지만, 주말이나 피크 시간대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도 주차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이 계셔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성북동이라는 고즈넉한 동네의 분위기와 함께, 이곳 성북동집에서 맛본 칼국수는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 다음에 또 성북동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혼밥족들의 성북동 맛집 리스트에 꼭 추가해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