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온 제주도 여행. 숙소 근처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바다가 보이는 성산일출봉 근처에 괜찮은 맛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 이름하여 ‘대들보 정식’. 이름부터가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이 들지 않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는데, 오히려 그 빗소리가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더라고. 어릴 적 듣던 팝송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분위기마저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어.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한 건 당연히 ‘대들보 정식’이었지. 1인 15,000원이라는 가격에 옥돔구이를 포함한 푸짐한 한 상 차림이라니, 이거 완전 횡재한 기분인 거 있지?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식이 눈앞에 펼쳐졌어. 놋그릇에 담긴 반찬들이 얼마나 정갈하던지. 옥돔구이를 중심으로 잡채, 해물탕, 톳 무침, 샐러드, 김치, 멸치볶음 등등… 종류가 어찌나 많던지, 쟁반이 휘어질 지경이었어. 마치 시골 할머니가 손주 주려고 이것저것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 같았지.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역시 옥돔구이였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옥돔 위에는 앙증맞게 고추 조각이 올라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젓가락으로 살짝 떼어 입에 넣으니,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더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 어쩜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을까. 주방장님 솜씨가 보통이 아니신 것 같아.

사실, 나는 생선구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 옥돔구이는 정말이지 꿀떡꿀떡 잘 넘어가더라고. 같이 간 친구도 평소에 생선을 잘 안 먹는데, 여기서는 옥돔 한 마리를 뚝딱 해치우는 거 있지? 역시 맛있는 건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알아보는 법인가 봐.
옥돔구이 못지않게 맛있었던 건 바로 돼지고기 수육이었어. 얇게 썰어 낸 수육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돌았지. 젓가락으로 집어 새우젓 살짝 올려 입에 넣으니, 야들야들한 식감과 함께 돼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거야. 어찌나 맛있던지, 쌈 채소에 싸 먹는 것도 잊고 그냥 계속 집어먹었다니까.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어.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잡채였는데, 면발이 어찌나 쫄깃쫄깃하던지. 간도 딱 맞고,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잡채 맛이랑 똑같아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해물탕도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아주 끝내줬어. 안에 들어간 해산물도 얼마나 신선하던지.
레몬 향이 은은하게 나는 양배추 샐러드도 독특했어. 상큼하면서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는 데 아주 그만이었지. 톳 무침도 바다 향이 물씬 풍기는 게, 밥반찬으로 아주 좋았어.
간이 세지 않고 집밥처럼 편안한 맛이라 좋았어. 재료도 신선한 것만 쓰신다고 하니, 믿고 먹을 수 있겠더라.

밥을 다 먹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식혜를 내어주셨어.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식혜를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지. 사장님 인상도 좋으시고,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덕분에 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아까보다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더라. 그래도 괜찮아. 따뜻한 밥 한 끼 덕분에 마음까지 든든해졌으니까. 제주도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꼭 이 맛집, ‘대들보 정식’에 다시 들를 거야. 그때는 맑은 날씨에 멋진 오션뷰를 감상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참, 여기는 숙소인 그랜드 섬오름에서도 가까워서 해안 산책로 따라 슬슬 걸어오기에도 딱 좋겠더라. 맛있는 밥 먹고, 바다 보면서 산책하니, 이게 바로 진정한 힐링이지 싶어.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성산일출봉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어. 후회는 절대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지!

아, 그리고 7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고 하니, 저녁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전화해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운 좋게 늦은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바로 ‘대들보 정식’에서 맛본 따뜻한 밥 한 끼였어.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멋진 오션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곳이었지. 다음에 또 올게, 사장님! 그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장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