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동 돈까스 성지, 추억과 맥주가 어우러진 가성비 맛집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문득 시간을 멈춘 듯한 풍경과 마주할 때가 있다. 간판조차 화려하지 않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곳, 하지만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한 끼가,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술 한잔의 즐거움이 되는 특별한 공간이다. 바로 홍은동에 위치한 이 맛집은 겉모습과는 사뭇 다른, 내밀한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단정함은 어쩌면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낡은 듯 정겨운 외관은 요즘 트렌디한 가게들과는 거리가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큰 기대를 품기보다는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 정도를 느낄 법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오래된 듯 익숙한 분위기가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치즈 돈까스
오랜 시간 변치 않은 경양식 돈까스의 정석

이곳의 메뉴판을 살펴보면, 먼저 가격에 놀라게 된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6천 원에서 7천 원대로 맛있는 경양식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희소식이다. 솔직히 이 가격대의 식당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려 주었다.

내가 주문한 ‘에버그린 정식’은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라고 한다. 3번 정도 방문한 지인에게 추천받은 메뉴였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두툼하게 썰어진 돈까스는 튀김옷이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웠다.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는데, 넉넉하게 뿌려진 소스는 옛날 경양식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이 소스가 바로 이곳의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밥 따로, 메인 메뉴 따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좋았다. 밥 위에 바로 소스를 뿌리지 않아 밥의 식감을 살릴 수 있었고, 함께 제공되는 맑고 시원한 오뎅국은 돈까스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경양식 돈까스
푸짐한 경양식 돈까스와 곁들임

이곳은 낮에는 식사를, 저녁에는 호프집으로 변신하는 이중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곳의 ‘생맥주’는 정말이지 특별했다. 차가운 냉장고에서 막 꺼낸 얼음 잔에 따라져 나오는 맥주는 그 어떤 고급스러운 맥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짜릿했다. 톡 쏘는 청량감과 짜극적인 시원함이 돈까스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느낌이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성지’라고 부를 만도 하다. 맥주 한 잔과 함께 이곳의 경양식을 즐기는 조합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돈까스와 곁들임
정갈하게 차려진 한 끼 식사

돈까스 외에도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 등 다른 메뉴들도 맛이 괜찮다는 평이 많다. 내가 주문한 정식에 함께 나온 새우튀김도 꽤나 만족스러웠고, 곁들임으로 나온 오이소박이도 아삭한 식감과 적당한 간이 입맛을 돋우었다.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 퀄리티는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낡은 식당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노부부께서 정성껏 만들어 주시는 음식들은 마치 집밥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메뉴판
착한 가격의 메뉴판

이곳은 테이블 수가 4~5개 정도로 작기 때문에, 혼자 방문하거나 여럿이 방문할 때 약간의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저녁 시간에 호프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 식사만 하러 갈 경우에는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매너가 요구된다. 자칫하면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술을 좋아해서 2인 이상으로 자리를 차지한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겠지만, 혼자 식사를 하러 간다면 조용한 시간을 선택하거나, 가능하다면 에어컨 근처의 작은 테이블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함박 스테이크
돈까스 외 다른 메뉴도 훌륭하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을 넘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외관, 노부부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추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음식들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홍은동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방문할수록 이곳이 왜 ‘가성비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지,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돈까스 맛집’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호프 맛집’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추억을 쌓거나,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어떤 사람에게 잘 맞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옛날 경양식의 맛을 그리워하는 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고 싶은 분, 그리고 맥주 한 잔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이곳은 분명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물론, 화려하고 모던한 분위기보다는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혹은 겉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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