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은 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이 함께한다. 특히 밥때가 되면 ‘어디서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오늘은 해우재, 똥 박물관으로 유명한 그곳 근처에서 혼밥하기 딱 좋은 곳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길을 나섰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 앞에서 외로움 따위 잊을 수 있으니까!
낯선 동네 골목을 헤매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정겨운 글씨체로 ‘번라이스영계’라고 적혀 있었다. 가게 앞에는 차 한두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역시 맛집은 주차부터 쉽지 않지.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확 풍겨왔다. 마치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테이블은 거의 다 차 있었다. 혼자 온 손님은 나뿐인 것 같아 살짝 어색했지만,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금세 마음이 놓였다. “혼자 오셨어요? 이쪽에 앉으세요” 하시며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셨다.

벽에는 나무로 된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누룽지 영계와 칼칼이 영계가 메인 메뉴인 듯했다. 얼큰한 걸 좋아하는 나는 칼칼이 영계에 살짝 끌렸지만, 오늘은 왠지 구수한 누룽지가 더 당겼다. “누룽지 영계 1인분 주세요!” 혼자 왔지만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사실 백숙 같은 메뉴는 혼자 먹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곳은 1인분씩 판매하니 혼밥족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은 열 개 남짓한 작은 규모였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짧은 글귀들이 적혀 있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천장에는 검은색 레일 조명이 은은하게 가게를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누룽지 영계가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고, 그 위를 누룽지가 덮고 있었다. 마치 뚜껑처럼 덮여있는 누룽지가 묘하게 쫀득해 보인다.


함께 나온 반찬은 겉절이, 깍두기, 양파 장아찌, 그리고 소금. 단출했지만, 메인 메뉴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특히 겉절이는 갓 담근 듯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드디어 첫 숟가락을 들었다. 누룽지부터 한 입 맛봤는데, 와, 진짜 고소하다! 찹쌀로 만든 누룽지라 그런지 쫀득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정말 좋았다. 일반 누룽지와는 확실히 다른 식감과 풍미가 느껴졌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닭고기는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뼈까지 푹 고아져서 살이 야들야들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살이 분리될 정도였다. 닭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껍질 부분은 쫀득하면서도 고소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닭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났다. 겉절이와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더해져 느끼함도 싹 잡아줬다.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먹다 보니 점점 땀이 삐질삐질 났다. 뜨거운 뚝배기 안에서 끓는 누룽지 영계를 먹으니 몸보신이 제대로 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간이 심심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실제로 옆 테이블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이 있었는데, 아이가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때로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장님의 친절한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어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가 불렀지만,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더니 사장님께서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물으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덕분에 몸보신 제대로 했네요” 하고 답했다.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셨다.
가게를 나서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역시 혼밥도 성공하면 이렇게 뿌듯하구나! 해우재 근처에서 혼밥할 곳을 찾는다면, 번라이스영계를 강력 추천한다. 특히 누룽지 영계는 꼭 한번 먹어봐야 할 메뉴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