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시장 노포의 따뜻한 위로, 오늘도 혼밥 성공!

퇴근길, 괜스레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늘 가던 길을 벗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낯익은 간판들이 즐비한 시장 골목, 그중에서도 오래된 간판과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식당 앞에서 나는 멈춰 섰다. ‘청도시장 옆에 있는 노포 분위기의 맛집’이라는 말에 이끌려 온 곳, 혼자여도 괜찮을까 살짝 망설였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과 정겨운 나무 테이블이 나를 반겼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북적이는 듯했지만, 이곳은 신기하게도 1인석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창가 쪽 작은 테이블은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자리인 듯했고, 카운터석도 충분해 보였다. ‘아, 혼자여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겠구나.’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직원분들은 바쁜 와중에도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고, 나는 재빨리 창가 쪽 1인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메뉴판을 훑어보니 수육과 가락국수도 눈에 띄었다. 혼밥족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1인분 주문 가능 여부’인데, 다행히 이곳은 모든 메뉴가 1인분 주문이 가능했다. 고민 끝에 나는 가장 끌렸던 ‘따로국밥’과 ‘수육’을 주문했다. 아이와 함께 와서도 잘 먹었다는 리뷰를 봤기에, 수육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 위에는 놋수저와 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벽에는 옛스러운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잘 차려진 식탁 모습
따로국밥과 밑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이윽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먼저 나온 것은 따로국밥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파와 얇게 썬 고기가 듬뿍 얹어져 있었다.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곁들임으로 나온 김치와 깍두기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따로국밥 근접샷
뽀얀 국물의 따로국밥은 잡내 없이 담백했다.

먼저 국물 맛을 보았다. 사골국과 같은 진하고 깊은 맛이었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잡내 하나 없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곳의 따로국밥은 살코기만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국물에 기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맑고 투명한 국물은 마치 보약처럼 느껴졌다. 밥을 말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파와 밥이 국물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따로국밥의 고기
부드러운 살코기가 듬뿍 들어있어 씹는 맛이 좋았다.

함께 주문한 수육도 맛을 보았다. 얇게 썰어 나온 수육은 겉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였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에 감탄했다.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아이도 잘 먹는다는 리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수육 접시
부드러운 수육은 잡내 없이 고소한 맛을 자랑했다.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가락국수’였다. 리뷰에서 웬만한 가락국수 전문점보다 훨씬 맛있다기에, 호기심에 추가로 주문했다. 멸치 육수 베이스의 맑은 국물에 굵은 면발, 그리고 김가루와 고명들이 얹어져 나왔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한 젓가락 집어 맛을 보니 그 생각이 싹 바뀌었다.

가락국수
직접 뽑은 면발의 가락국수는 별미였다.

직접 뽑은 듯한 쫄깃한 면발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국물은 깊고 시원했으며, 김가루와 어우러져 풍성한 감칠맛을 더했다. 직원분께서 알려주신 대로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 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었다.

기본 찬과 양념
국밥의 맛을 더해줄 다양한 양념과 곁들임 찬.

처음에는 국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새우젓과 매운 다대기는 익숙한 조합이었지만, 직원분께서 된장을 조금 넣으면 구수해진다는 팁을 주셨다. 반신반의하며 된장을 조금 넣어 섞어 보았다. 놀랍게도 국물의 맛이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졌다. 된장의 구수함이 돼지국밥의 담백함과 의외로 잘 어울렸다.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곳의 밑반찬 역시 훌륭했다.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이 국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함이 살아있었고, 김치는 적당히 시큼해서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제격이었다. 맵지 않은 청양고추와 마늘도 함께 나왔는데, 수육을 쌈장에 찍어 먹으니 그 또한 별미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육의 양이 가격 대비 조금 적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맛있는 수육의 퀄리티와 가락국수의 희소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었다. 입구 앞자리는 여름에 먹기에는 다소 더울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좌석들은 쾌적했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내부에 있어서 여행자들에게도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시장 골목 속에서 만난 작은 오아시스 같았다.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정성 가득한 맛있는 음식들까지. 이곳은 ‘혼밥하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식당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혼밥 성공!’을 외치며 가게를 나섰다. 다음번에 시장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하루의 피로를 녹이고 싶을 때, 이곳은 분명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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