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해지기 시작한 저녁, 늦은 귀갓길에 문득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숙소 근처에 아담하게 자리한 이곳, ‘청산장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입구에 걸린 빛나는 간판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푸른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탑 형태의 구조물 위에 새겨진 글자들이 마치 이곳으로 이끌 듯 손짓하는 듯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내부는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했습니다. 벽돌로 된 아늑한 벽면과 고풍스러운 조명 아래, 이곳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습니다.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기가 저를 감쌌습니다. 무심코 바라본 벽면에는 이곳의 자부심이 담긴 문구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저희 장어는 국내 유일 햅썹(HACCP)과 무항생제가 인증된 양장어에서 ‘무항생제, 무균, 무소독제’로 직접 키운 명품 장어입니다.’라는 문구는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주문 방식이었습니다. 마치 신선한 육류를 고르듯, 매장 안쪽의 냉장고에는 싱싱한 장어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저와 일행은 ‘2인분’이라고 표시된 접시에 담긴 장어를 골랐습니다. 3마리의 장어가 담긴 접시였는데, 가격은 5만원대였습니다. 장어를 고른 후 결제를 마치면, 곧이어 로봇이 주문한 장어를 제 테이블로 능숙하게 서빙해 왔습니다. 미래적인 풍경에 잠시 웃음이 나왔지만, 이내 눈앞의 장어에 집중했습니다.

초벌 되어 나온 장어는 먹음직스러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은은한 숯 향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숯불을 피우는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처음 불을 붙인 후 철뚜껑으로 잠시 덮어두었다가 장어를 올리니, 연기가 거의 나지 않으면서도 고르게 화력이 유지되었습니다. 덕분에 장어는 타지 않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익어갔습니다.

한 입 베어 물자,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장어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비린 맛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잘 키운 장어의 진수를 맛보는 듯했습니다. 예전에 먹었던, 크기만 크고 물컹했던 장어와는 차원이 다른 식감이었습니다. 더구나 큼직하게 토막 내어 나와 씹는 맛까지 더해졌습니다. 3000원이라는 차림비 또한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졌는데, 함께 제공된 반찬들도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상큼한 샐러드부터 아삭한 김치, 그리고 장어와 곁들이기 좋은 다양한 쌈 채소들까지.
식사의 마무리는 역시 따뜻한 장어탕이었습니다. 진한 국물은 추어탕 맛집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깊고 구수했습니다. 밥과 함께 시킨 장어탕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알고 보니 장어탕이 2인분 양이라, 보통 손님들이 찌개를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저희에게 찌개 제공 여부를 묻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늦게 나온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장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행과 함께 기다리며 조금 황당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묻지 않고 서비스를 결정하는 그 과정에서의 오해만 풀린다면, 이 진한 장어탕의 맛은 충분히 기다릴 만했습니다.
청산장어는 분명 맛있는 장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쫄깃하고 고소한 장어 자체의 맛은 물론, 깊고 진한 장어탕까지. 다만, 주문과 서빙, 그리고 찌개 제공 방식에서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있다면 더욱 완벽한 식사가 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장어는 다시 찾고 싶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숯불 향 가득한 장어 한 점에,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