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일이 잦은 나에게, 제주에서의 식사는 늘 설렘 반 걱정 반이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혼자 와도 눈치 보이지 않고 맛있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하면 떠오르는 고기국수! 왠지 모르게 잡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뜻 도전하지 못했는데,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용기를 내어 ‘현지인이 추천하는 숨은 맛집’이라 소문난 이곳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혼자여도 전혀 괜찮았던, 아니 오히려 더 좋았던 경험이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상외로 탁 트인 공간에 놀랐다. 넓직한 내부 덕분에 테이블 간 간격도 여유롭고, 무엇보다 혼자 온 손님들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벽에는 메뉴판이 세련되게 걸려 있었고, 그 아래로는 손글씨로 정성껏 작성된 안내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셀프식당’, ‘주문을 먼저 부탁드립니다’, ‘1인 1식사 메뉴 주문 부탁드립니다’ 등의 문구였다. 셀프바가 있다는 점, 그리고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혼밥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정보였다. 1인 메뉴 주문은 당연한 것이지만, 혹시나 혼자 가면 눈치 보이거나 메뉴 선택에 제약이 있을까 봐 늘 걱정하는데,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셀프바를 둘러보았다. 정갈하게 놓인 그릇들과 식기류,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담긴 반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깍두기, 배추김치, 콩나물 무침, 그리고 풋고추와 쌈장까지. 하나같이 신선해 보였고, 무엇보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역시나 시그니처 메뉴인 ‘고기국수’였다. 테이블 위로 따뜻한 국물과 함께 등장한 고기국수는 기대 이상이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얇게 썰린 돼지고기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고명으로 올라간 붉은 양념과 참깨가 어우러져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젓가락으로 면을 살짝 들어 올리자, 국물이 면에 착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첫 입. 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비린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깊고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10시간 이상 푹 끓여낸 사골 육수처럼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함께 곁들여진 얇게 썬 돼지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잡내 없이 담백했고, 쫄깃한 면발은 국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단순히 ‘맛있다’를 넘어 ‘정갈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함께 나온 반찬들, 특히 깍두기는 이 집의 숨은 보석이었다. 시원하면서도 적당히 달콤한 맛이 고기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깍두기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풋고추 역시 아삭하고 신선해서 중간중간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좋았다.

솔직히 고기국수는 양이 많다는 평이 많아서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국물이 너무 깔끔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워냈다.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식사를 마칠 무렵, 사장님께서 지나가며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살갑게 물어봐 주시는 인심 덕분에 더욱 마음이 따뜻해졌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혼밥’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제주 고기국수에 대한 나의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오히려 잡내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내는 이곳의 고기국수는, 제주 여행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로 다시 정의하고 싶다. 멸치국수도 맛있다는 평이 있던데, 다음번 제주 방문 시에는 꼭 다른 메뉴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특히 종달리 해변이나 지미봉 근처를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이곳을 꼭 일정에 넣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넓고 쾌적한 매장,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제주에서의 맛있는 한 끼, 그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음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