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왠지 모르게 막걸리가 땡기는 날이었어. 그래서 친구 녀석한테 전화해서 “오늘 막걸리 한잔 땡기는데, 어디 좋은 데 아는데 있냐?” 물었더니, 글쎄, 과천에 기가 막힌 막걸리 집이 있다지 뭐여. 이름하여… 방방곡곡! 이름부터가 얼마나 정겨운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는 기분이랄까.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과천으로 향했어.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왠지 모르게 공기가 더 맑고 깨끗한 느낌이더라. 가게는 아담하고 소박했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정겹게 놓여 있었고, 벽에는 손으로 쓴 듯한 메뉴판이 붙어 있었어. 마치 옛날 시골 주막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지.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더라.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는데, 세상에나, 막걸리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눈이 휘둥그레지더라. 관악산 생막걸리, 백련 생막걸리 스노우, 과천도가 숲으로12, 바질 막걸리, 참외미나리 막걸리…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막걸리들이 즐비했어. 마치 막걸리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지.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면서, 자기네 집 막걸리는 다 맛있다고 자신하시더라. 그 자신감에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어.
고민 끝에, 담백하다는 관악산 생막걸리부터 한 잔 시켜봤어. 뽀얀 막걸리가 잔에 따라지는 모습이 어찌나 곱던지. 한 모금 들이켜니,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 꿀맛이더라.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딱 내 스타일이었어. 역시, 괜히 추천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

막걸리만 마실 수는 없지. 안주도 하나 시켜야겠다 싶어서 메뉴판을 다시 봤어. 수육+겉절이, 봄나물전… 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뉴들이잖아? 특히 수육+겉절이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친구의 강력 추천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지.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육+겉절이가 나왔어. 윤기가 좔좔 흐르는 수육과, 갓 버무린 듯한 겉절이의 조화가, 보기만 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갔어. 뜨끈한 수육 한 점을 겉절이에 싸서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 돼지 특유의 잡내는 하나도 없고,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겉절이의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정말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더라.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어.

수육을 먹다 보니, 막걸리가 술술 들어가더라. 이번에는 다른 막걸리를 맛보고 싶어서, 사장님께 또 추천을 받았어. 사장님께서는 요거트 같은 오디막걸리를 잔술로 추천해 주셨어. 핑크빛 색깔이 어찌나 예쁘던지. 맛은 정말 신기했어.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은 그대로인데, 오디의 달콤함과 요거트의 부드러움이 더해져서, 정말 꿀떡꿀떡 잘 넘어가더라. 마치 디저트 와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어.

그렇게 막걸리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니, 이야기가 끊이질 않더라. 옆 테이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합석해서, 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옛날 추억 이야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지. 다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어.
방방곡곡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기본으로 나오는 묵은지가 또 기가 막히거든. 적당히 익어서 시큼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묵은지는, 막걸리 안주로도 좋고, 그냥 먹어도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어. 사장님의 인심도 얼마나 후하신지, 묵은지를 계속 리필해 주시더라. 인심 좋고 푸근한 사장님 덕분에, 더욱 정겹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고… 가게에서 나오니, 바로 옆에 공원이 있더라. 친구와 함께 공원을 거닐면서, 소화도 시키고,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었지. 조금 더 걸어가니 서울대공원으로 이어진다고 하던데, 다음에는 서울대공원도 한번 가봐야겠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맛있는 막걸리와 안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푸근한 사장님의 인심 덕분에, 정말 힐링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과천에서 이런 맛집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정말 행운이야.
방방곡곡은, 단순히 막걸리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을 나누고,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

혹시 과천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방방곡곡에 들러봐.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와 맛있는 안주,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가, 분명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야. 길게 늘어놓기 보다는 2차로 간단하게 술 한잔 기울이기에 딱 좋은 곳 같아. 아참, 기본으로 나오는 묵은지는 꼭 맛봐야 한다는 거, 잊지 마!
다음에는 봄나물전하고 다른 막걸리들도 섭렵해 봐야겠어. 벌써부터 기대되는 걸? 과천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서울 근교에서 드라이브 삼아 방문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 방방곡곡, 당신에게도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줄 거야.




